여권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등 내용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강행 처리를 예고하면서 각계의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 형사사법체계에서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원천 차단하고 보완수사 요구권의 형태로만 남기는 방안이 유력해지자 부실 수사나 사건 암장 가능성, 수사 지연 문제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12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제1심사소위원회는 최근 발의된 형소법 개정안 3개를 상정하고 10일부터 병합심사에 착수했다. 소위에는 검찰개혁 강경파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조국혁신당 박은정이 대표발의한 개정안과 민주당 형소법 개정 태스크포스(TF)의 김한규 의원 대표발의안, 혁신당 차규근 의원 발의안이 상정돼 있다. 세부 각론에선 차이를 보이지만, 세 개정안 모두 공통적으로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보완수사요구권만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만으로는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의 의도적인 증거 누락 등을 막거나 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한 검찰 중간간부는 통화에서 “지금도 보완수사 요구만으로는 수사에 진척이 없는 경우가 많아 결국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게 되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며 “가뜩이나 ‘사건 핑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처리가 지연되는데, 보완수사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수사 담당자를 직무배제하거나 교체해달라고 하기도 현실적으론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소법 개정안이 보완수사 요구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담았다고 하는데, 경찰에 대한 약간의 견제 수단으로는 작용할 수 있으나 실효성이 있다고 하긴 어렵다”고 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경찰의 조직적 은폐 의혹이 밝혀진) 장윤기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보완수사 요구로 실체적 진실이 발견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사건은 조직적으로 은폐돼 기록상 허점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이었던 양홍석 변호사는 민주당 TF 안이 공개된 뒤 SNS를 통해 “민주당발 검찰개혁안이 실행될 경우 피해는 당장, 광범위하게,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발생할 것”이라며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이 모든 사건을 송치하는 전건송치 제도와 검사의 수사지휘 부활, 검사의 제한적 보완수사 등을 ‘정답’으로 제시했다. 전건송치는 문재인정부 때인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불송치 결정권이 생기면서 유명무실해진 제도다. 대검찰청 역시 전건송치 제도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10일 성명서를 내 “제한적인 보완수사권마저 인정되지 않는다면, 국민을 위한 사건의 이중 점검과 부실수사로 인한 사건 암장 차단을 위해 전건송치 도입 여부도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 밖에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과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공소심의회를 각 지방법원에 설치하는 개정안의 조항들도 도마에 올랐다. 특사경은 관세·환경·식품·노동 등 전문 영역에서 실무 지식을 바탕으로 행정공무원에게 예외적으로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법무부는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특사경의 수사 전문성 부족과 행정 업무 병행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검사의 특사경 지휘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심의회와 관련해선 ‘여론재판’ 가능성을 우려했다.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민 3명 중 2명은 경찰 수사에 부족한 점이 있을 땐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개혁신당 싱크탱크 개혁연구원이 전날 100% 무선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전국 만 18세 이상 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5.5%는 추가 수사가 필요한 경우 ‘검사가 직접 수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경찰이 다시 수사해야 한다’는 26.5%에 그쳤다. 보완수사 요구권과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더 많았다. 응답자의 49.3%는 검사가 경찰 등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에 대해 ‘외부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답했다. 반면 ‘외부견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응답은 36.6%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