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이 올해 연간 목표치의 턱밑까지 차오르면서 주요 은행들이 가계대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5대 은행 중 3곳이 이미 목표치를 초과함에 따라 하반기 대출 문턱은 사실상 ‘셧다운’에 가깝게 높아질 전망이다. 은행들의 가계대출 조이기에도 ‘빚투’(빚내서 투자)를 중심으로 자금 수요가 몰리면서 이달 가계대출은 일주일 새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총 648조3607억원이다. 지난해 말(644조9700억원)보다 3조3907억원 증가한 규모했다. 5대 은행이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는 약 4조3400억원 수준으로, 6개월여 만에 대출 총량이 목표치의 80% 가까이 찬 상황이다.
특히 5대 은행 중 3곳은 이미 목표를 초과했다. 한 은행은 당국에 제출한 연간 증가액 목표치의 약 1.3배 수준으로 잔액이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두 은행도 최근 일주일 사이 수백억원가량 목표치를 넘겼다. 한 은행 관계자는 “5∼6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팔랐다”며 “이 추세가 계속되면 연간 목표치 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가계대출 관리에 ‘빨간불’이 켜지자 시중은행들은 최근 대출 문턱을 대폭 높였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0일 수도권과 규제 지역의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축소하는 초강수를 뒀다. 비규제지역 대출 한도도 3억원으로 묶었다. 은행 측은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와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자체 관리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은행들은 대출모집인 채널을 속속 닫고 있다. 하나은행은 9월 실행되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한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중단했다. 지난 2일 8월 실행분 접수를 중단한 데 이어 일주일여 만에 9월 실행분 접수도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 대출모집인 접수 채널을 닫았다. 우리은행에서는 일부 대출모집 법인의 이달 한도가 소진됐다. NH농협은행 역시 대출모집인 한도가 소진됐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신규 가입도 제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0일부터 모기지보험 가입을 일시 중단했다. KB국민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도 모기지 보험 취급을 중단한 상태다. 모기지보험은 소액임차보증금을 공제하지 않고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보증상품으로 이를 제한하면 서울에서는 최대 5500만원, 경기도는 최대 4800만원가량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앞서 5대 은행들은 ‘빚투’ 경고가 커지자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축소하고 마이너스통장 연장 때 미사용분을 줄이는 등 신용대출을 조였다.
그럼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주가 상승을 기대한 ‘빚투’ 영향으로 이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일주일 동안 약 1조원 가까이 늘었다.
5대 은행의 지난 9일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9조4518억원으로, 지난달 말(108조6704억원)보다 7815억원 늘었다. 주담대 잔액은 총 615조3425억원으로 지난달 말(615조1456억원)보다 1968억원 증가했다.
여윳돈 성격의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급감했다. 일부는 증시로 흘러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5대 은행의 지난 9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총 682조9965억원으로, 6월 말(722조2928억원)보다 39조2962억원 줄었다. 역대 월간 기준으로 2020년 5월(-72조2166억원) 이후 6년2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향후 대출 증가 요인도 여전하다. 통상 주택 매매계약 후 2∼3개월 뒤 잔금을 치르며 주담대를 빌리는만큼 지난 5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전 늘어난 주택거래 물량이 8월쯤까지 대출 수요로 이어질 전망이다. 마이너스통장 한도 소진율도 50% 안팎이라 추가 대출 가능성이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