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12일 오후 포은흥해도서관. 수은주는 25℃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곳에는 집에서 에어컨을 틀고 있자니 전기세 폭탄이 두려워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쐬고 독서도 할수 있는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았다는 박현주(45)씨는 "주말을 맞아 아이들이 집에만 있으려니 무료한데다 너무 더워 도서관을 찾게됐다"며 "도서관이 너무 시원해서 살것 같다. 폭염을 피해 자주와야겠다"고 말했다.
‘폭염 중대경보’는 2008년 폭염특보 제도가 도입된 이후 18년 만에 신설된 최고 단계의 특보다. 폭염경보 지역에서 일 최고체감기온 38℃ 이상이거나 일 최고기온이 39℃ 이상으로 1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포항·경산지역은 시민들의 일상을 확 바꿔놓았다. 롯데백화점 포항점, E마트 포항점, 대구은행 등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곳에 시민들이 자주 찾고 있다.
대구와 경북에서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잇따랐다.
12일 오후 12시30분쯤 경북 예천군 한 거리에서 전동차를 몰고 가던 80대 남성이 기력이 떨어진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남성은 온열질환으로 판정됐으며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의식과 호흡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에서는 지난 11일부터 양일간 온열질환자 4명이 소방 당국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모두 열탈진 증상을 보여 치료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포항 곳곳에서는 더위를 피해 피서에 나선 사람들과 폭염을 피해 멈춰 선 일상이 뚜렷하게 대비됐다.
13일 오후 2시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해안도로.
이곳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남편과 함께 나들이와 피서를 겸해 나왔다고 밝혔다.
용한리 해변에서 영일만산업단지로 이어지는 해안도로 갓길에는 캠핑차를 비롯 차량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캠핑차를 몰고 온 피서객은 차에 설치된 그늘막을 펴놓은 경우가 많았고 일반 승용차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고 온 피서객은 그늘막을 치거나 텐트를 설치해 쉬고 있었다.
야외엔 직사광선이 내리쬐고 습도가 높아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웠지만 그늘막에서는 비교적 선선한 바람을 즐길 수 있었다.
50대 포항시민은 "가족들과 와서 바닷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거나 조개도 잡으면서 하루를 보내기엔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최대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에는 이날 오후 평소와는 달리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호떡을 파는 한 상인은 "호떡이 마르면 안 돼서 선풍기도 못 튼다"며 "호떡을 굽는 철판이 250℃에 달해 요즘 같은 날씨에는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고 말했다.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 비교적 시원한 포항시 북구 상옥계곡, 안강 옥산계곡, 경주 강동워트파크, 캘리포니아비치 등 물놀이시설에는 물놀이를 즐기려는 피서객들로 발디딜틈 없이 북적였다.
특히 무더위를 피해 상옥계곡에 텐트를 치고 폭염이 잠잠해질때까지 지내려는 캠핑족들이 눈에 띄었다.
직장인 박모씨는 "시원한 계곡에 몸을 담그니 더위에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다"며 "이곳에서 시내까지 30분이면 출근이 가능해 당분간 이곳에서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 온도 2300℃의 뜨거운 용광로 불길을 지키고 산업의 쌀인 철을 만드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장은 말그대로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포항제철소 직원 A씨는 “고온 환경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작업을 한 번 다녀오면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라며 “그럼에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맡은 바 업무를 다해내기 위해 동료들과 서로 격려하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항제철소는 현장 작업자들의 체온 관리를 위해 쿨토시, 땀방지 헤어밴드, 생수 등 물품 지원에 나서는 것을 물론 현장 곳곳에 그늘막과 휴게 공간을 마련,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경북도·포항시·경산시는 폭염중대경보 발령에 논, 밭, 건설현장 등 야외활동 자제와 폭염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나섰다.
경북도는 선제적 대응을 위해 폭염 위기단계를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격상하고,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상 1단계로 확대 운영한다. 또한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된 포항시와 경산시에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상 1단계에서 비상 2단계로 즉각 확대 운영한다.
경북도는 안전안내문자, 마을방송, 전광판 등 도민들이 직접 폭염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홍보 활동을 강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폭염 중대경보 발효 시 재난 및 안전관리 등에 필요한 긴급조치 외에는 옥외작업과 야외·고온 실내환경에서의 농작업을 중단하도록 시·군에 즉시 전파할 것을 강조하고, 무더위쉼터 운영시간 연장 및 추가 운영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였다.
황명석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사상 처음으로 최상위 단계인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된 만큼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며, “도민들께서도 한낮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폭염 행동요령을 철저히 준수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포항시는 경로당 643곳, 야외무더위쉼터 5곳, 공공시설 29곳 등 677곳의 무더위쉼터를 운영하고 주요 도심과 횡단보도 등에 그늘막 277곳,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수) 3곳을 운영하고 있다.
폭염 중대경보 발령에 맞춰 긴급 작업을 제외한 야외작업 중지를 권고하고 살수차 6대를 투입해 주요 도심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박용선 포항시장은 "폭염이 지속되는 동안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취약계층 보호, 무더위쉼터 운영, 현장 예찰활동, 폭염저감시설 운영, 도심 살수작업, 폭염 예방 홍보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일 경산시장은 "11일 전국 최고기온을 기록할 정도로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며 "시민들께서도 한낮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 등 폭염 행동요령을 철저히 실천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