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이달 1~10일 우리나라 수출실적이 300억달러에 육박하며 한 달 만에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해외 투자은행(IB)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반도체가 견인하는 한국 수출 성장세는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세청의 ‘1~1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액은 298억3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93억8500만달러)과 비교해 53.9% 증가했다. 직전 최대치인 6월 1~10일(285억8100만달러)의 기록을 한 달 만에 넘어섰다. 조업일수는 8.5일로 지난해(8.5일)와 동일해 일평균 수출액(35억1000만달러) 역시 53.9% 늘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가 지난해보다 193.0% 급증한 112억7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보다 17.8%포인트 높아진 37.6%로 나타났다.
반도체뿐 아니라 주요 수출품목도 일제히 급증했다. 승용차 수출은 19억달러로 전년 대비 5.7% 늘어 동기간 기준 최대 실적인 2023년 11월(20억달러)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실적을 올렸다. 선박 수출은 75.1% 증가한 15억달러를 기록했다. 컴퓨터 주변기기 수출은 208.1% 급증했고, 무선통신기기도 92.4% 늘었다. 석유제품과 철강제품은 각각 22.7%, 12.9%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88.7%, 베트남은 92.8%, 미국이 43.2% 증가하며 수출 상위 3개국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51.7%)을 차지했다. 유럽연합 28.9%, 대만 49.7%, 홍콩 196.8% 등에서도 수출 호조를 보였다. 수입은 전년 대비 17.4% 늘어난 234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 증가 폭이 수입을 크게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64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날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질의답변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로 반도체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데 비해 공급 확대 속도는 더디다”고 평가하며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이미 통과했다는 이른바 ‘반도체 고점론’에 선을 그었다.
한은은 반도체 수요에 대해 “이번 확장기는 AI 확산에 따른 산업 생태계의 근본적 변화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경쟁적 투자가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확장기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고성능 제품의 기술적 어려움으로 제품 양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주문형 제품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공급 확대 속도가 제약된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상당 기간 확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한은은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으나, IB 의견을 인용해 반도체 경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은은 “JP모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주요 IB들은 대체로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적어도 내년까지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며 “현재 반도체 경기는 데이터센터 등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호조로 과거 확장세를 훨씬 뛰어넘는 강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은 2023년 3월 이후 40개월째 지속하고 있으며, 2000~2020년 다섯 차례 확장기의 평균 기간인 29개월을 이미 상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