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말이다. 정치인의 신념과 철학, 정당의 지향점은 그들의 말 속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전달된다. 누가, 왜, 어떤 시점에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두고 시시각각 뉴스가 쏟아진다. 권력자는 말이 갖는 힘을 안다. 대통령, 대선 주자, 여야 대표 등은 메시지 관리에 사활을 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는 인터넷에 올리는 문장의 토씨 하나에도 공을 들인다. 팬덤의 시대, 유력 정치인의 말과 동선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톺아보면 권력의 흐름이 포착된다. 그 말이 때론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비수가 되기도 한다. 언론이 집요하게 정치인의 입을 쫓는 이유다.
① ‘연임 도전’ 정청래 “당대표직 이용해 대선 출마 안 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는 8·17 전당대회에서 ‘연임 도전’에 나서며 “당 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정·청 원팀’을 강조하며 출마 선언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을 30회가량 언급했다.
정 전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공식 출마선언을 하며 “당 대표직을 이용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킬 사람은 선당후사를 실천해 온 저 정청래”라며 “지금까지 그래 왔듯 당정청 원팀·원보이스로 이 대통령 곁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는 “민주당에 입당한 이래 한 번도 민주당을 떠나본 적이 없다”며 “지나온 길을 보면 나아갈 길이 보인다. 믿을 사람은 저 정청래”라고 말했다. 이는 2002년 대선 당시 탈당하고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후단협 사태’의 중심에 섰던 김민석 전 국무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대표는 ‘자기 정치’ 비판을 받아온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두고는 “강력한 반대로 실패했지만, 전당원투표를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며 “당 대표가 되면 혁신당과의 합당에 대한 의견을 전 당원 투표로 묻겠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선 “12개 광역단체장, 119개 기초단체장을 이겼지만 서울 탈환 실패로 빛이 바래 뼈아프다”고 밝혔다.
② 김민석 “당대표 교체 못 하면, 대통령 흔들려”
8·17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올바른 노선과 리더십으로 당 대표를 교체하지 못하면 당이 흔들리고, 대통령도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출마선언을 마친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당·청 엇박자 논란’을 거듭 제기한 것이다.
김 전 총리는 13일 안양아트센터에서 열린 안양지역 합동 당원간담회에 참석해 “이번 전당대회는 절박하다”며 “합리적 진보와 개혁, 합리적 중도, 합리적 보수의 모든 유능한 사람들을 모두 다 끌어안는 당으로 단단히 키워내고 늘려내고 확장하는 덧셈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로는 공정하다고 이야기하면서 그 일관성을 지도부가 스스로 깨는 잘못된 공천이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지 않도록 확고한 시스템 공천의 업그레이드를 전대 다음 날부터 시작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김 전 총리는 이어 “내일모레 당장 선거한다면 과연 우리가 이재명정부의 국정 성공을 단단히 뒷받침할 과반 다수당을 확실히 할 수 있겠느냐가 불투명하다”며 “우리는 반드시 총선 승리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현재로서는 100점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민주당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확실한 파트너로 확실하게 총선 승리를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③ 송영길 “정청래로 총선 못 이겨…김민석은 긴 공백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레이스에 뛰어든 송영길 의원이 “정청래 전 대표 얼굴로 총선을 이길 것 같나”라며 정 전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송 의원은 13일 유튜브 채널 스픽스에 나와 “저런 얼굴로 민주당을 끌고 가게 되면 우리 딸, 아들도 안 찍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송 의원은 “(자신은) ‘명청’(이재명 대통령·정 전 대표) 대전이 없었다고 하는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 전 대표의) 모든 행동이 당의 승리보다 자기 연임에 관심을 갖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자신은 당연히 아니라고 하겠지만, 상당수가 그렇게 보이니까 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정 전 대표가 고생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 한 번 쉬어서 새로운 변화를 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재명정부는 무척 소중한 정부인데 정 전 대표의 당 대표 시절을 보면 우물 안 개구리 같았다”고 말했다.
‘연대론’이 제기되는 김민석 전 국무총리를 향해서도 “김 전 총리는 당을 떠나 18년 정도의 긴 공백이 있었지만, 저는 한 길로 걸어왔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