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작가의 역사 교양서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이 출간 30년 만에 중국에서 번역
·출간되면서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3국 독자를 모두 만나게 됐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저자 박영규 작가는 13일 “지난 2월 중국 중경출판사(重慶出版社)가 이 책을 ‘해동실록(海东实录: 一本书读懂朝鲜王朝)’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해 현재 중국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한국 역사서가 정식으로 출간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역사 관련 출판물은 중국 당국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야 하는 데다 한국사 관련 도서는 상대적으로 심사 기준이 까다로운 분야로 알려져 있다.
박 작가는 “2024년 초 중경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체결한 뒤 약 2년여 출간 승인을 기다린 끝에 올해 허가를 받아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출판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이른바 ‘한한령’으로 불린 한국 문화 콘텐츠 유입 제한 기조 속에서 역사·인문 분야 출판이 특히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었지만, 올해 들어 한중 문화 교류 분위기가 다소 완화되면서 이번 출간이 성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도 1997년 신초사(新潮社)를 통해 ‘조선왕조실록’ 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뒤 지금까지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조선사 입문서가 일본에 이어 중국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한·중·일 3국에서 모두 읽히는 한국 역사 교양서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판 제목이다. 원제 대신 ‘해동실록’을 선택한 것은 중국 독자들의 문화적 인식을 고려한 결과라는 것이 출판사의 설명이다. 중국에서는 ‘조선(朝鲜)’이라는 명칭이 현재의 국가명인 북한을 떠올리게 하거나 과거의 낙후된 이미지와 연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출판사는 한반도를 뜻하는 전통적인 표현인 ‘해동(海东)’을 제목에 사용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보다 친숙하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초판 발행 부수도 눈길을 끈다. ‘해동실록’은 초판 5000부로 출간됐다. 중국 출판계에서는 인문·교양서도 초판 5000부 안팎을 찍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국내 인문서 초판이 통상 2000부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중국 출판시장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박 작가의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은 1996년 첫 출간 이후 지금까지 200만 부 이상 판매된 대표적인 역사 교양서다. 조선왕조 500여 년의 역사를 왕별로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며 일반 독자들의 역사 입문서로 자리 잡았다.
박 작가는 이후 ‘한 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한 권으로 읽는 고구려왕조실록’, ‘한 권으로 읽는 백제왕조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신라왕조실록’ 등을 잇달아 펴내며 한국사 대중화에 기여했다.
이번 중국 출간은 단순한 번역 출판을 넘어 한국 역사 콘텐츠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한국과 일본에 이어 중국 독자들까지 박 작가의 역사 해설을 접하게 되면서 한국사의 대중적 해외 확산에도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