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관하는 토론회에서 반도체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하는 구체적인 안이 거론됐다. 경영계는 기업의 이윤을 일정한 기준으로 나눈다는 논리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고용노동부는 ‘인공지능(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14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개최했다. 대기업의 성과급 갈등을 계기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제안한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토론회가 명칭을 바꿔 열린 것이다. 토론회에는 전문가들에 더해 양대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가 참석했다. 15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AI 시대의 기업 투자와 노동의 미래’ 토론회가 이어진다.
발제에서는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 교수와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 교수가 각각 노동계, 경영계 주장을 대변해 맞붙었다.
기업의 초과이윤을 분배할 필요성이 있는지부터 쟁점이 됐다. 정 교수는 기업의 책무가 세금을 내고, 임금을 주는 것으로 끝이라는 논리에 대해 “‘법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협소한 책임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성과급 논란을 빚은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인 만큼 영향력에 따른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동시에 현재처럼 성과급을 교섭으로 분배하는 게 기업 구성원들 노력이 고르게 반영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사측과 교섭에서는 비정규직 등 소외되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윤 교수는 대기업의 성과공유 대상 이익을 단순 분배하는 사회연대임금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봤다. 동시에 초과이익 강제 재분배는 기업의 기술발전(R&D) 및 설비투자 동력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양극화 해소’ 문제를 개별 기업 임금교섭에 넘기면 노사관계에 부담이 집중된다고도 짚었다.
정 교수는 초과이윤의 방법으로 특별목적세와 국가임금위원회를 거론했다. 특별목적세는 기업의 초과이익 기준을 정해 초과로 세금을 거두는 것이다. 정 교수는 비슷한 예로 미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재건축 이익이 8000만원 이상 발생했을 때 이익의 일부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을 들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중 부담이 맞지만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결국 대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가는 장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정 교수는 국가임금위원회 설치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과급만뿐 아니라 최저임금,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위한 최소보수제 등 임금 정책이 중요해져 정부 총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산하기구로 공무원보수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와 같은 법정 임금위원회를 둘 수 있다”며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위한 업종별 최저보수위원회를 두는 것도 가능하며, 성과급 문제도 정책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임금과 복지정책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법으로 ‘한국형 유연안정성’을 제시했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고용 유연성과 노동계의 바람인 사회적 안정성을 결합한 모델이다. 그는 “양측 요구를 일방 수용하지 않고, 유연성고 안정성을 교환하는 패키지 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토론회를 계기로 녹서 논의체를 꾸린다는 방침이다. 노사단체, 노동계·경영계·전문가, 청년·플랫폼 노동자 등으로 구성해 내달부터 집중 논의에 들어간다. 녹서는 연내에 질문 중심으로 발간하고, 관련 사회적 대화도 추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