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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보다 엄마가 좋아요”…경제 불안에 Z세대 ‘엄미새’ 확산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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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주거비 부담에 부모 의존 커져…가족 중심 가치관 확산

취업난과 주거비 부담 등 경제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부모와의 관계를 가장 중요한 친밀한 관계로 인식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엄마와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엄미새’와 부모와 함께 살며 가사를 담당하는 ‘전업자녀’ 등 신조어도 등장했다. 

 

친구보다 부모와의 관계를 가장 중요한 친밀한 관계로 인식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챗GPT생성 이미지
친구보다 부모와의 관계를 가장 중요한 친밀한 관계로 인식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챗GPT생성 이미지

최근 10~20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엄미새’는 특정 대상에 과도하게 빠진 사람을 뜻하는 ‘~미새’에서 파생된 표현이다. 그러나 Z세대에서는 엄마와 여행이나 쇼핑을 즐기고 일상을 공유하는 등 부모를 향한 애정을 친근하게 표현하는 신조어로 사용되고 있다.

 

15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엄마와 여행이나 쇼핑, 일상을 함께하는 청년들이 스스로를 ‘엄미새’라고 부르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도 ‘엄마와 데이트’, ‘엄마와 쇼핑’ 등 관련 콘텐츠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으며, 언니와 가까운 사람을 뜻하는 ‘언미새’, 동생과 친한 사람을 의미하는 ‘동미새’ 등 가족 중심 신조어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연예계에서도 이 같은 유행어가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있다. 최근 그룹 아일릿의 원희는 유튜브 채널 ‘아이돌 인간극장’에 출연해 가장 좋아하는 유행어로 ‘엄미새’를 꼽아 화제를 모았다. 원희는 “저 진짜 엄미새다. 엄마한테 엄미새 관련 영상을 자주 보내는데 그러면 엄마가 보고 웃으신다”며 “애교도 유일하게 부모님한테만 있다”고 말했다.

 

그룹 아일릿 원희는 최근 가장 좋아하는 유행어로 ‘엄미새’를 꼽았다. 유튜브 채널 ‘아이돌 인간극장’ 캡처
그룹 아일릿 원희는 최근 가장 좋아하는 유행어로 ‘엄미새’를 꼽았다. 유튜브 채널 ‘아이돌 인간극장’ 캡처

이와 함께 온라인에서는 ‘전업자녀’라는 표현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업주부에서 파생된 신조어로, 부모와 함께 살면서 취업을 준비하거나 경제활동 대신 집안일과 가사를 맡는 자녀를 뜻한다. 자조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취업난과 높은 주거비로 독립이 어려운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한 표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부모와의 관계를 가장 중요한 친밀한 관계로 인식하는 청년층은 늘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가족관계 및 부모-자녀 관계 인식 조사’에 따르면 부모와의 관계를 '베스트프렌드 같은 사이'라고 답한 비율은 21.5%였다. 특히 10대는 30.5%, 20대는 26.1%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가족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부모에게 의지하는 자녀’라고 인식한 비율도 10대는 76.0%, 20대는 59.0%에 달했다. 부모에게 가장 의지하는 분야는 경제적 지원(37.4%·복수응답)이었으며, 10대(69.5%)와 20대(56.8%)에서 경제적 의존도가 특히 높게 나타났다.

 

유튜브 쇼츠에 올라온 엄미새 관련 영상 갈무리
유튜브 쇼츠에 올라온 엄미새 관련 영상 갈무리

이 같은 현상은 청년층의 경제적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국무조정실의 ‘2024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의 54.4%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의 56.6%는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로 '경제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서'를 꼽았고, 구체적인 독립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0%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도 한국 20대의 부모 동거 비율은 2022년 기준 약 81%로 OECD 평균(약 50%)을 크게 웃돈다. 높은 집값과 전셋값, 취업난, 생활비 부담 등이 독립 시기를 늦추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엄미새' 현상을 단순한 유행어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엠브레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60.0%는 경제 불안이 엄미새 현상을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확산 이유로는 취업·경제 불안(34.5%)이 가장 많았고, 혼자 결정하기 어려움(31.8%), 정서적 외로움(30.5%)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61.4%는 사회가 불안할수록 가족 의존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53.2%는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이 최근 늘어난 것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부모에게 의존하는 현상만은 아니라고 본다. 인간관계가 점점 좁고 깊어지는 가운데 연애나 새로운 관계보다 가족과 같은 안전한 관계를 우선시하는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가 함께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청년의 연애·결혼·출산 인식 조사’(2022년)에 따르면 만 19~34세 비혼 청년의 65.5%는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70%는 스스로 선택한 ‘자발적 비연애’ 상태라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