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른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 판결문에는 김건희씨와 명씨의 대화 내역이 상세하게 담겼다. 이들의 연락은 김씨가 영부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명씨와 여론조사 실시·제공에 관한 ‘의사의 합치’를 간접적으로나마 이뤘다고 판단하며 그 중간에 김씨가 있었다고 짚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가 전날 선고한 윤 전 대통령과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판결문을 살펴보면 명씨와 김씨의 대화 내역은 110쪽에 걸쳐 30여회 등장했다. 2021년 6월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처음 만난 이후 대통령이 된 이후인 2023년 11월까지 카카오톡과 보안이 강한 메신저로 알려진 텔레그램 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다. 심지어 명씨는 대선 이후에도 김씨에게 수차례 연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명씨에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걱정을 토로하고 조언을 구했다. 2021년 7월 모친 최은순씨가 구속되자 김씨는 명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남편한테 흉재가 되는거죠? 어머니 구속이요.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인가요”라고 토로했다. 며칠 뒤에도 “제가 남편 지지율에 큰 방해가 되네요. 해결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 같아요”라며 명씨에게 타개책을 구했다.
20대 대선 투표 당일인 2022년 3월9일 오후 8시30분쯤에는 출구조사 결과 당시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우세가 예상보다 적게 나오자 김씨는 명씨와 전화에서 “우리가 몇 퍼센트 정도 이겨요? 대략 이기면”이라고 묻기도 했다. 당이나 선거대책위원회 참모가 아닌 명 씨와 실시간으로 상황을 의논한 것이다. 이에 명씨는 “모든 방송사들이 거의 똑같죠? 자기들끼리 나름대로 연락해 가지고 너 몇 프로 몇 프로 해서 보정한 거예요. 그래서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김씨를 달랬다.
이들의 관계는 대선 이후에도 이어졌다. 명씨는 2023년 8월 윤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은덕으로 김영선 의원이 지역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김씨에게도 “여사님 은덕으로 김영선 의원이 지역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2023년 9월 총선을 앞두곤 “여사님! 총선 수도권 승리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며 여전히 선거 훈수를 뒀고, 같은 해 11월 5일에는 “여사님 도움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고 있습니다. 걱정입니다”라고 했다.
형사33부는 명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 PNR 여론조사와 관련해 김건희씨와 명씨가 공표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인정된다고 판단하며 “김건희뿐만 아니라 윤석열도 명씨의 도움을 받겠다는 의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번 법원의 판단은 김건희씨가 같은 혐의로 별도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배치되는데,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은 이를 근거로 이달 16일 예정된 상고심 선고를 미뤄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