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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 다른 北배경학생… 자존감 회복·가족 중심 교육 시급” [심층기획-경계에 선 아이들, 북한배경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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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통일 한국의 자산"

학생들 성장 환경·정체성 달라
교육문화·학습 방식 적응 못해
포용적 교육, 사회통합 출발점
부모 참여 연계 지원정책 필요

탈북 과정 겪은 트라우마 심각
정착 후에도 차별·편견 겹고통
‘소중한 사람’ 믿음 주는 게 우선
제대로 키워야 통일 준비 가능

김지혜 KEDI 통일·다문화교육연구실장

 

김지혜 한국교육개발원(KEDI) 통일·다문화교육연구실장은 북한배경학생 교육정책이 전환점에 서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생들이 북한 출생, 제3국 출생, 국내 출생으로 배경이 다양해졌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이런 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학생이 어떤 교육적 도움이 필요한가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배경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까지 오랜 기간 만나 현장의 변화를 추적해 온 그는 이제 정책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지혜 한국교육개발원(KEDI) 통일·다문화교육연구실장은 지난 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배경학생의 교육적 도움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이들의 배경이 북한 출생, 제3국 출생, 국내 출생으로 다양해졌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이런 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상수 기자
김지혜 한국교육개발원(KEDI) 통일·다문화교육연구실장은 지난 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배경학생의 교육적 도움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이들의 배경이 북한 출생, 제3국 출생, 국내 출생으로 다양해졌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이런 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상수 기자

-북한배경학생 대상 연구로 확인한 점은.

“같은 학생들을 장기간 계속 만나며 성장 과정을 추적했다. 초등학교에서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과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가장 뚜렷하게 확인한 것은 ‘탈북청소년’이라는 범주로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부모와 함께 탈북한) 북한에서 태어난 학생이 있고, (부모가 탈북 후 머문) 제3국에서 태어난 학생이 있다. 부모가 한국에 정착한 뒤 국내에서 태어난 학생들은 현재 북한배경학생 구성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성장 환경과 언어,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이 모두 다르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각자가 어떤 교육적 필요를 갖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바라봐야 한다.”

-학생 구성이 어떻게 달라졌나.

“2010년 연구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북한 출생자가 약 64%, 제3국 출생 학생이 36% 정도였다. 2015년을 기점으로 제3국 출생 학생이 북한 출생 학생보다 많아졌다. 이때부터 ‘제3국 출생 학생들의 교육적 특성을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변화가 눈에 띄었다. 초등학교에서는 이미 국내 출생 학생이 빠르게 늘고 있었다. 하지만 정책과 통계는 이런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내 출생자 증가가 시사하는 것은.

“한국 사회 안에서 (탈북민이) 새로운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북한에서 본인이 입국했고, 이후에는 탈북 과정에서 (중국 등 제3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함께 들어오며 빠르게 증가했다. 요즘은 한국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사회가 정착의 다음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변화다.”

-법률 개정으로 탈북민 자녀가 교육지원 대상이 됐다.

“사각지대에 있던 대상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했다는 게 더 중요하다. 기존에는 탈북민 개인을 중심으로 지원했다면, 이제는 가족 단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포용적이어야 한다.”

-출생지별로 어떤 교육적 차이가 있나.

“북한 출생 학생들은 의사소통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학습 과정에서 교육문화와 학습 방식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제3국 출생 학생들은 한국에 언제 입국했느냐에 따라 차이가 매우 크다. 입국 직후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다. 국내 출생 학생은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일반 학생들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엇을 보완해야 할까.

“이제는 지원의 범주를 구분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학생의 교육적 필요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버지는 중국인이고 어머니는 탈북민인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학생은 이주배경학생이면서 동시에 북한배경학생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어느 한쪽 범주에 맞춰 지원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이제는 ‘이 학생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를 중심으로 제도의 경계를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을 학생 개인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이제는 가족을 함께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배경학생만 지원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부모 교육과 심리 상담, 진로 지원까지 하나의 체계로 연결할 때 아이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임창호 장대현중고등학교 교장이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본사 사옥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 교장은 “북한배경학생은 숫자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관심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아이 한 명을 제대로 키우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임창호 장대현중고등학교 교장이 지난달 12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본사 사옥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 교장은 “북한배경학생은 숫자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관심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아이 한 명을 제대로 키우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임창호 장대현중고등학교 교장

 

“통일은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일입니다.”

 

임창호 장대현중고등학교 교장은 ‘통일’을 이야기하며 ‘사람’을 강조했다. 북한배경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의 운영에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목회 활동을 하던 임 교장은 2003년 이민사회에서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을 만나 굶주림과 정치범수용소, 가족과의 생이별을 직접 들으며 북한 인권 문제에 뛰어들었다. 2006년에 귀국해서는 부산에 탈북민 교회를 세워 정착을 도왔다. 이런 활동을 하며 가장 큰 과제라고 인식한 것이 탈북민 자녀들의 교육이었다.

 

탈북민을 부모로 둔 아이들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학업 공백으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수도권 소재 대안학교로 진학했다가 적응하지 못해 부산으로 돌아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임 교장은 “지역에도 북한배경학생을 위한 학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학교 설립에 나섰고 한 독지가가 건물을 기증하면서 2014년 학교가 문을 열었다. 임 교장은 북한배경학생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몰이해’를 지적하며 아이들이 가진 상처를 살피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인권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미국에서 이민자 교회를 맡으면서 탈북민들을 처음 만났다. 굶주림과 인권 탄압, 가족을 두고 탈출해야 했던 과정까지 생생하게 들었다. 그 경험이 북한 인권운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됐다. 귀국 후 부산에서 탈북민 교회를 세우고 정착을 도왔는데, 부모들과 상담을 해보니 가장 큰 고민은 자녀 교육이었다. 그래서 학교를 설립했다. (2014년 설립) 당시에는 북한배경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대부분이 서울, 수도권에 있었다. 부산에 사는 부모들은 (탈북 후 헤어졌다가) 어렵게 다시 만난 자녀를 서울로 보내야 했다. 서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내려오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부산에도 이런 학교가 하나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북한, 중국에서 오고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공간이다.”

 

임창호 장대현중고등학교 교장. &#47;2026.6.12 이제원 선임기자
임창호 장대현중고등학교 교장. /2026.6.12 이제원 선임기자

-북한배경학생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우리 사회의 ‘몰이해’를 이야기하고 싶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탈북민까지 미움의 대상이 된다. 반대로 통일을 이야기할 때는 무조건 불쌍한 사람으로만 바라본다. 둘 다 편견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낯선 사람에게 다소 배타적인 면이 있다. 부모가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다. 스스로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다 보면 꿈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육은 단순히 공부를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나는 존중받는 사람’이라는 경험을 심어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임창호 장대현중고등학교 교장. &#47;2026.6.12 이제원 선임기자
임창호 장대현중고등학교 교장. /2026.6.12 이제원 선임기자

-학교 운영 원칙은.

 

“아이들의 출발선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북한배경학생들은 북한이나 제3국에서 교육 공백을 겪은 경우가 많다. 어떤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초등학교 수준의 기초학력이 부족하다. 우리 학교는 아이의 수준에 맞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공부보다 마음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탈북 과정에서 생긴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북한 혹은 중국에서 수년간 부모와 떨어져 생존해야만 했던 고통스러운 기억도 있다. 또 정착 과정에서 차별이나 편견을 경험한 적이 많다. 이런 상태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하면 버티기 어렵다. 먼저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진다.”

 

임창호 장대현중고등학교 교장. &#47;2026.6.12 이제원 선임기자
임창호 장대현중고등학교 교장. /2026.6.12 이제원 선임기자

-북한배경학생 대상 학교의 중요성은.

 

“북한배경학생은 숫자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관심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국에서 온 이주배경학생 대상) 다문화 정책은 확대되는 반면, 북한배경학생 학교는 축소하거나 일반 교육체계로 흡수하려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배경학생 학교는 교육적·정서적 지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통일은 영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함께 살아갈 사람들의 마음이 준비되지 않으면 진정한 통일은 이루어질 수 없다. 북한배경학생은 연결고리 역할을 할 소중한 사람들이다. 북한을 알고 한국도 아는 전문가들 아닌가. 아이 한 명을 제대로 키우는 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