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한민국 경제에서 ‘뜨거운 감자’를 꼽으라면 단연 반도체와 부동산이다. 둘 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국민 다수의 관심사가 됐다. 물론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온도차는 확연히 다르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보면, 반도체는 ‘든든하고 자랑스러운’ 효자이나 부동산은 ‘꼴도 보기 싫은’ 불효자가 아닐까. 예컨대 반도체는 세계를 무대로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고 나라 곳간도 두둑하게 채워 주니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코스피 5000 달성’ 목표도 불과 임기 시작 7개월 만에 실현시켜 주지 않았나.
반대로 정부가 잇따라 꺼낸 고강도 규제 카드를 무색하게 한 부동산은 골칫덩이다. 서울만 해도 아파트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로 6·3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쓰라린 패배를 안겼다. “부동산 정상화는 오천피(코스피 5000),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다”고 비유하며 집값 잡기를 자신한 이 대통령도 참 당혹스러웠을 테다.
반도체와 부동산을 의인화한다면 희비가 갈릴 수밖에. 그래서 가상의 인물 ‘반도체씨’와 ‘부동산씨’가 오랜만에 만나 속내를 털어놓는 상황을 가정해 봤다.
반씨 : “자고 나면 몸값이 오르는 사람 낯빛이 왜 이렇게 어두워. 표정 관리하는 거야? 지난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3중 규제(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잖아. 오히려 ‘부동산 불장’에다 풍선효과까지 터지는 것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는데. 너는 어떻게든 ‘불패 신화’를 쓰는구나 하고 말이지. 최근 규제 지역에 추가된 동탄과 기흥, 구리의 주변 집값도 꿈틀거린다 하고.”
부씨 : “놀리지 마. 돈방석이 아니라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야. 정부는 갈수록 규제 강도를 높이며 칼을 갈고, 국민은 집값 급등과 전월세난을 유발하는 정부 정책에 이를 갈고 있잖아. 양쪽 눈치 보느라 정말 괴로워. 너야말로 날아갈 듯 기쁠 것 같은데. 메모리 슈퍼 사이클(초호황)로 날마다 돈벼락 맞는 것도 모자라 너를 애지중지하는 정부 여당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호남에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들어선다며.”
반씨 : “응, 국가의 전략산업이자 핵심 성장 동력으로서 세계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초격차 경쟁력을 단단히 하는 게 중요하니까. 하지만 나도 마음이 편하진 않아. 삼전닉스가 광주 군공항 부지에 짓기로 한 반도체 팹(생산라인) 4기가 완공되려면 모든 여건이 충족돼야 하거든. 충분한 전력·용수·인재 공급 기반 조기 구축과 반도체 호황 지속 등의 조건 중 하나라도 엇박자가 나면 장담할 수 없게 돼. 두 회사가 약속이나 한 듯 ‘투자 계획은 향후 시장 상황 및 당사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똑같이 공시한 이유겠지.”
부씨: “그러게. 무엇보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실행력이 중요하겠구나. 우리 쪽도 마찬가지야. 적절한 가격에 입주할 수 있는 양질의 공공·민간주택이 지속적으로 충분히 공급되고, 서울과 수도권 일부에 쏠리는 인구가 분산되도록 지역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게 시급한데 지지부진하잖아. 현금부자나 투기꾼이 아닌 서민·중산층 1주택자와 무주택 실수요자의 어려운 사정들을 헤아리면서 시장의 순리를 따르는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야. 과거 문재인정부가 그러지 않고 수요를 억누르는 식의 징벌적 규제를 남발하다 부작용이 속출하고 민심도 악화한 것 기억하지? 23일 예정된 대통령 주재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를 계기로 공급·세제·금융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지는 정부 대책이 나왔으면 해. 토론회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된다) 같은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기를. 너의 바람은 뭐니.”
반씨: “다행히 대통령이 앞장서서 반도체 등 3대 메가프로젝트를 챙기고 정부 여당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야. 다만 이 정부 임기 내 호남에 팹 1기라도 완성되긴 쉽지 않다고 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도 인허가·송전망 문제 등 각종 난관으로 조성 속도가 더디잖아. 일단 착공에 들어간 용인 클러스터부터 확실하게 매듭지으면서 호남쪽 기반도 착실하게 다져나갔으면 좋겠어. 또 현 정부는 물론 나중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국가가 약속한 지원책은 반드시 지켜지길 바란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