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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샴푸 안 만든다” 리필드의 파격 선언…‘바르는 두피 케어’ 중심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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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필드, 14일 기자간담회서 사업 구조 전환 발표
“‘탈모 샴푸’ 대신 ‘스칼프 클렌저’ 리브랜딩”…두피 과학 중심 시장 재편
20~40대가 탈모케어 핵심 소비층…메디컬 헤어케어 경쟁 본격화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탈모 샴푸’를 검색합니다. 하지만 샴푸가 탈모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진짜 치료를 놓칠 때가 많습니다.”

 

정근식 리필드 대표가 14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필드 리브랜딩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박윤희 기자
정근식 리필드 대표가 14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리필드 리브랜딩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박윤희 기자

정근식 리필드 대표는 14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탈모 시장은 오랫동안 과장된 광고와 잘못된 정보로 소비자의 불신이 쌓여온 시장”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리필드는 ‘탈모 샴푸’라는 표현을 버리고 ‘스칼프 클렌저(두피 클렌저)’로 리브랜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탈모 방지 샴푸 단종 선언 이유로 ‘짧은 흡수 시간’을 꼽았다. 정 대표는 “샴푸는 두피에 머무는 시간이 매우 짧아 유효 성분이 충분히 전달되기 어렵다”며 “피부는 흡수 중심의 스킨케어로 발전했지만 두피는 여전히 씻어내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자신의 탈모 경험도 털어놨다. 그는 “첫 사업을 운영하던 20대 중반부터 심한 탈모를 겪으며 한방과 양방 치료는 물론 시중 제품도 거의 모두 사용해봤다”며 “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회사는 없었고, 결국 시장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그 경험이 리필드를 창업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양미경 리필드 연구소장도 샴푸의 구조적 한계를 설명했다. 양 소장은 “씻어내는 방식의 제품은 탈모 개선 지표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며 “두피를 깨끗하게 하는 것과 탈모를 개선하는 것은 서로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14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미경 리필드 연구소장이 탈모샴푸의 구조적 한계를 설명하고 있다. 박윤희 기자
14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미경 리필드 연구소장이 탈모샴푸의 구조적 한계를 설명하고 있다. 박윤희 기자

그는 “샴푸는 기본적으로 정제수와 계면활성제 등이 주성분”이라며 “좋은 성분 흡수를 위해 3~5분간 샴푸를 올려두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계면활성제가 오래 접촉하면 두피 보호막이 손상돼 건조함이나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샴푸가 닿는 범위는 모낭 깊숙한 곳이 아니라 표면에 가깝다”며 “오염물질과 피지를 제거하는 기능은 있지만 모유두세포까지 영향을 미쳐 탈모를 억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모는 단순히 두피를 깨끗하게 관리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유효 성분이 실제 필요한 위치까지 전달되는지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리필드는 이날 자사의 핵심 기술인 특허 성분 cADPR(cyclic ADP Ribose)도 소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cADPR은 양미경 연구소장이 약 30년간 연구해 개발한 성분으로, 모낭 환경 개선을 목표로 한다. 리필드는 해당 성분이 SCI 등재 논문과 세계화장품학회(IFSCC) 발표 주제로 다뤄졌으며, 34건의 특허·임상·연구 실적과 700만 건 이상의 누적 두피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리필드는 cADPR을 적용한 신제품 ‘리필드 사이토카인 cADPR 스칼프 리셋 클렌저’도 함께 공개했다. 제품은 설페이트·실리콘·색소 등 26종 알레르겐을 배제하고 천연 유래 계면활성제를 적용해 두피 자극을 최소화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리필드는 하반기부터 데일리 케어를 넘어 임상 치료 단계까지 아우르는 모낭 케어 제품군을 확대하고, 약국·피부과·클리닉 등 전문 채널과 협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진출한 북미와 아시아를 넘어 유럽, 중남미, 중동 등 글로벌 시장 공략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탈모케어 시장은 오랫동안 샴푸 중심으로 형성돼 왔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과와는 별개의 문제였다”며 “‘탈모 샴푸’의 한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탈모케어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에게 불편한 진실을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겠다”며 “cADPR 기반 솔루션을 통해 올바른 두피 케어 루틴이 국내외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리필드의 이번 선언은 최근 커지고 있는 국내 탈모케어 시장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국내 탈모 시장은 젊은 탈모 인구 증가와 함께 화장품·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잇달아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탈모증 진료인원은 2022년 25만573명, 2023년 24만7382명, 2024년 24만1217명, 2025년 23만7009명으로 최근 4년간 매년 20만 명 이상을 유지했다. 특히 2025년 기준 연령별 환자는 40대가 5만3489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5만712명), 50대(4만6539명), 20대(3만5803명) 순으로 나타났다. 20~40대 환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탈모케어 시장의 핵심 소비층도 경제활동이 활발한 연령대로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국내 탈모케어 시장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 기능성 샴푸 중심이던 시장은 최근 두피 세럼, 앰플, 토닉 등 두피에 유효 성분을 오래 전달하는 제품군과 메디컬 헤어케어 시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LG생활건강은 ‘닥터그루트’, 아모레퍼시픽은 ‘려’를 중심으로 기능성 두피케어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으며, 애경산업도 관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스타트업들도 속속 시장에 진출하는 가운데 카이스트 기술 기반의 그래비티는 기능성 성분을 앞세운 헤어케어 제품을 선보였다. 제약·바이오 업계 역시 탈모 치료제와 화장품을 결합한 메디컬 헤어케어 사업을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