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좋다길래 매일 먹었는데…”
아침 식사 뒤 종합비타민과 눈 건강 제품, 다이어트 보조제를 한꺼번에 챙겨 먹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제품은 달라도 성분은 겹칠 수 있다. 눈 건강 제품과 종합비타민에 비타민A가 함께 들어 있거나, 여러 체중조절 제품에 녹차추출물과 가르시니아가 중복으로 포함되는 식이다.
알약 개수만으로는 하루에 얼마나 섭취하는지 알기 어렵다. 제품 이름보다 성분별 함량과 1일 섭취량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건강기능식품은 이미 일상 소비재로 자리 잡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5년 생산실적 통계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총매출은 4조910억원으로 전년보다 1.9% 늘었다.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이어졌던 감소세가 멈추고 다시 증가했다.
같은 해 생산액은 2조8230억원으로 2.2% 늘었다. 비타민·무기질 제품은 생산액 기준으로 홍삼을 제치고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건강기능식품을 정해진 섭취량에 맞춰 먹는다고 곧바로 간이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간 손상 사례도 드물다. 위험은 같은 성분이 든 여러 제품을 함께 먹거나, 치료 목적으로 쓰이는 고함량 제품을 의료진의 관리 없이 장기간 복용할 때 커질 수 있다.
◆비타민A, 베타카로틴까지 무조건 더하면 안 돼
일부 눈 건강 제품과 종합비타민, 피부 영양제에는 비타민A가 들어 있다. 비타민A는 어두운 곳에서 시각을 유지하고 피부와 점막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다.
비타민A 가운데 레티놀 계열은 지용성이다. 남는 양이 소변으로 쉽게 빠져나가지 않고 간에 저장된다. 장기간 과도하게 섭취하면 간 수치가 오르거나 간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분표에서 확인해야 할 이름은 ‘레티놀’과 ‘레티닐팔미테이트’, ‘레티닐아세테이트’ 등이다. 표현은 달라도 몸에서는 미리 만들어진 형태의 비타민A로 작용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성인의 비타민A 상한섭취량을 하루 3000㎍ RAE로 제시한다. 이 기준은 레티놀과 레티닐에스터 등 ‘미리 만들어진 비타민A’에 적용된다. 식물성 원료에서 얻는 베타카로틴까지 같은 방식으로 단순 합산하는 기준은 아니다.
제품에 표시된 ‘비타민A’ 함량만 볼 게 아니라 어떤 원료에서 왔는지도 살펴야 한다. 눈 영양제와 종합비타민에 레티놀 계열이 중복돼 있다면 두 제품의 하루 섭취량을 합산해 확인해야 한다.
◆나이아신, 일반 비타민과 고용량 제품은 다르다
비타민B3로 불리는 나이아신은 음식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 필요한 영양소다. 일반적인 종합비타민에 포함된 수준에서 간독성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주의해야 할 것은 고용량 니코틴산 제품이다. 콜레스테롤을 낮추겠다며 해외직구 제품을 임의로 복용하거나, 고함량 제품을 오랫동안 먹는 경우가 해당한다.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에 따르면 고용량 니코틴산은 간 효소 수치 상승과 간 기능 이상, 간염, 급성 간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성분이 천천히 방출되도록 만든 서방형·지속방출형 제품에서 간독성 사례가 더 많이 보고됐다.
나이아신은 영양소지만 높은 용량에서는 약물처럼 작용한다. 지질 수치 관리를 목적으로 고용량 제품을 먹는 건 영양제 한 알을 더 먹는 것과 다르다. 간질환이 있거나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 다른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임의로 먹지 말아야 한다.
◆녹차 한 잔과 농축 추출물은 다르다
녹차를 물에 우려 마시는 것과 녹차 성분을 농축한 알약을 먹는 것은 섭취량부터 다르다. 녹차추출물은 카테킨이나 에피갈로카테킨갈레이트(EGCG)를 농축해 체지방 감소 제품 등에 사용된다. 제품 포장에는 ‘녹차추출물’, ‘카테킨’, ‘EGCG’ 등으로 표시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리버톡스는 녹차추출물을 임상적으로 뚜렷한 급성 간 손상과 관련성이 확인된 성분으로 분류한다. 사용 인구에 비해 발생 빈도는 낮지만, 심한 경우 급성 간부전으로 이어진 사례도 보고됐다.
일반적으로 마시는 녹차는 간 손상과 거의 관련이 없었다. 보고된 사례 대부분은 농축 추출물을 먹은 경우였다. 녹차가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농축 제품도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체중조절 제품을 2~3개 함께 먹고 있다면 성분표를 펼쳐 놓고 녹차추출물이 반복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카테킨뿐 아니라 카페인과 다른 식물성 추출물도 동시에 늘어날 수 있다.
◆가르시니아, 기능성 인정과 이상사례는 별개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은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합성되는 것을 억제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고 있다.
기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모든 사람에게 부작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리버톡스에는 가르시니아가 포함된 체중감량 제품을 먹은 뒤 급성 간 손상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돼 있다.
여러 원료가 섞인 제품이 많아 간 손상의 원인을 가르시니아 하나로 단정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다. 가르시니아 단일 성분으로 표시된 제품을 복용한 뒤 간 손상이 나타난 사례도 확인됐다.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심한 경우 간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이상사례가 보고됐다. 2025년 특정 가르시니아 제품을 먹은 소비자 2명에게서 급성 간염이 발생했다.
제품과 원료는 기준·규격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식약처 이상사례 심의위원회는 제품과 급성 간염의 인과관계 가능성을 가장 높은 5등급으로 판단해 회수 조치했다. 판매사는 음주 등 다른 요인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식약처는 재평가를 거쳐 2026년 6월 11일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의 섭취 주의사항에는 ‘드물게 간에 해를 끼칠 수 있으며, 섭취 기간에는 알코올 섭취를 피할 것’이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앞면 광고보다 뒷면 ‘1일 섭취량’
영양제는 많이 먹는다고 효과가 비례해 커지지 않는다. 여러 제품을 복용하고 있다면 제품을 나란히 놓고 성분명과 함량, 1일 섭취량을 비교해야 한다.
종합비타민과 눈 건강 제품에 레티놀 계열 비타민A가 함께 들어 있는지, 다이어트 보조제마다 녹차추출물이나 가르시니아가 반복되는지부터 확인한다. ‘고함량’, ‘프리미엄’, ‘집중 관리’ 같은 앞면 문구보다 뒷면에 적힌 숫자가 중요하다.
새 제품을 여러 개 동시에 시작하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이상 증상이 생겨도 어떤 제품이나 성분이 원인인지 가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복용 뒤 평소와 다른 심한 피로감이나 식욕 저하, 메스꺼움, 구토, 복통이 나타나면 몸 상태를 살펴야 한다. 소변 색이 콜라처럼 짙어지거나 눈 흰자위와 피부가 노랗게 변하면 의심되는 건강기능식품을 중단하고 신속히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간 수치가 높았던 사람이나 간질환이 있는 사람,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 임신 중인 사람, 처방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새 영양제를 추가하기 전에 의사나 약사에게 현재 먹는 제품 목록을 보여주는 게 안전하다. 처방약은 임의로 끊지 말고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