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금지하기로 한 데 이어, 16·17세 이용자에게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SNS 접속을 차단하는 설정을 기본 적용하기로 했다. 이용자가 설정을 해제할 수 있어 강제 금지는 아니지만, 연령대에 따라 전면 금지와 기본 제한을 결합한 ‘2단계 규제’가 마련되는 셈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영국 과학혁신기술부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16·17세가 이용하는 유튜브, 틱톡 등 SNS 계정에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의 야간 이용 제한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관련 규정은 올해 말까지 의회에 제출되며, 16세 미만 SNS 금지 조치와 함께 내년 봄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야간 이용 제한은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조치는 아니다. 16·17세 이용자는 원할 경우 직접 설정을 바꿔 심야에도 SNS를 이용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청소년이 만 16세가 되는 순간 각종 중독성 기능에 갑자기 노출되는 이른바 ‘보호 절벽’을 막기 위해 기본 설정 방식의 제한을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SNS 이용을 유도하는 기능도 기본적으로 꺼진다. 동영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동 재생과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춘 콘텐츠를 계속 추천하는 피드 등이 대상이다. 무한 스크롤과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한 과도한 이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들 기능 역시 이용자가 설정을 변경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청소년과 부모 300여명을 대상으로 SNS 전면 차단과 하루 이용시간 제한, 오후 9시부터 오전 7시까지의 야간 차단 등을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정부는 야간 차단에 참여한 가정에서 청소년의 수면과 집중력이 개선됐으며, 제한 조치도 비교적 빠르게 일상에 정착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챗봇에 대한 청소년 보호 대책도 강화된다. 영국 정부는 18세 미만 이용자가 AI 챗봇을 장시간 연속 사용하지 않도록 정기적인 휴식 조치를 도입하고, 위험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신건강 조언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규제 당국과 대응하기로 했다. 어린이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챗봇은 영국 내 서비스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연령 제한을 우회하는 가상사설망(VPN) 이용은 이번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자체 조사에서 연령 확인을 피하기 위해 VPN을 사용했다고 답한 청소년이 7∼10%에 그쳤으며, VPN 자체를 규제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SNS 규제 실효성을 둘러싼 비판도 나온다. 아동 온라인 안전단체들은 이용자가 몇 차례 조작만으로 야간 제한과 중독성 기능 차단을 해제할 수 있어 실질적인 보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영국 정부는 강제 금지보다 기본 설정을 통해 청소년의 수면과 학업을 보호하면서도 16·17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