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부양한 자매에게 상속된 재산을 돌려달라며 다른 자매가 유류분(법에 정해진 최소한의 상속 재산)을 요구했으나 대법원이 상속 받은 재산을 나눠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헌법재판소의 옛 민법 유류분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전 소송이 시작된 사건일지라도 새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A씨가 자매 B씨를 상대로 유류분을 요구하며 낸 상속 재산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B씨가 원고에게 2595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
C씨는 2022년 11월 사망하며 딸인 A씨와 B씨 등 3명에게 재산을 법정상속분인 3분의 1씩 물려줬다.
그러나 A씨는 C씨 생전에 B씨가 받은 약 2억원의 현금도 3분의 1로 분할해 자신에게 상속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을 말한다. 특정인이 상속 재산을 독차지하는 일을 막기 위해 1977년 마련됐다. 그러나 부양 의무를 저버린 패륜 가족이 나타나 돌연 상속재산을 요구하는 등 악용되며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 2024년 4월 헌재는 유류분 산정에 ‘기여분(민법 1008조의2)’을 준용하는 규정을 두지 않은 당시 민법 1118조를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위헌으로 판단한 법률을 즉각 무효화할 경우 법적 공백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해당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민법 1118조는 지난해 12월까지 효력이 유지됐다.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개정된 민법은 올 3월 시행됐다. 개정 민법 1008조는 단서를 신설해 ‘증여가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데 대한 보상으로 행해진 때’에는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 및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했다.
1·2심은 B씨가 A씨에게 유류분 23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B씨가 증여받은 현금은 ‘특별수익’(상속분의 선급)이므로 특별수익을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B씨는 “C씨를 27년간 부양하며 요양병원비, 휴대전화 요금 등을 부담다”며 유류분 산정에 반영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구법을 잠정 적용한다는 헌재 결정 취지에 맞게 옛 유류분 조항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B씨 사건에 위헌성이 제거된 개정 민법 조항을 적용해야 한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헌재가 구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했음에도 일정 시한까지 계속 적용을 명한 것은 유류분 제도 시행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계속 유지할 필요성 때문이지, 구법 조항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적어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게 된 해당 사건과 당시 구법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돼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