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원!", "1만원!"
"1만원 나왔어요. 더 높이 부를 사람 없어요?"
"1만2천원이요.", "아 몰라, 1만3천원!"
"더 없는 거죠? 자, 1만3천원에 낙찰됐습니다."
15일 서울 양천구 양정중 1학년 4반 교실에 한바탕 경매 판이 벌어졌다. 모둠별로 앉은 학생들은 진짜 돈 대신 바둑알을 받은 뒤 경매에 참여했다. 경매 물품은 항공권, 호텔 숙박권, 레스토랑 이용권 등으로 구성된 가상의 물품 꾸러미다.
이날 수업은 김나영 사회 교사가 통화량과 물가, 통화정책을 보다 쉽고 재밌게 가르치기 위해 기획했다. 시중에 돈이 풀릴수록 물가가 오르는 원리를 학생들이 경매를 통해 직접 겪어보는 방식이다.
김 교사가 학생들에게 바둑알을 더 많이 나눠줄수록 학생들의 입찰은 더 대담해졌다.
총통화량이 20만원일 때만 해도 천원 단위로 호가하던 학생들은 통화량이 두 배가 되자 2만원, 3만원을 부르기 시작했다. 통화량이 100만원을 돌파한 뒤 꾸러미 낙찰가는 처음의 15배가 넘는 20만원을 기록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시카고학파 밀턴 프리드먼은 이런 말을 했어요.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다'."
실험을 통해 물가와 통화량의 상관관계를 깨달은 아이들은 김 교사의 말에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꾸러미를 낙찰받은 김건욱(13)군은 "게임으로 경제를 배우면서 갑자기 물가가 이렇게 많이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경제 수업을 거의 들어본 적 없는데 처음으로 합리적인 소비 방법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김군은 "예전엔 캔 커피를 900원이면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1천300원이나 해 당황한 기억이 있다"며 "그런데 부모님께 받는 용돈에는 물가 오른 게 잘 반영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박은찬(13)군 역시 "학교 앞 분식점에서 1천500원에 팔던 컵 떡볶이가 지금은 2천500원이다. 오늘 경제 개념을 다잡으면서 '아, 이런 원리로 물가가 오르면서 떡볶이 가격도 오른 거구나' 알게 돼 신기했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모든 사람에게 1억 원씩 주면 정말 좋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직접 경매해보니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가 오른다는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경매로 시작한 수업은 짐바브웨와 베네수엘라의 물가 폭등 사례, 프리드먼의 이론, 유발 하라리의 저서 '사피엔스' 속 내용 등을 소개해 학생들이 다각도로 경제 원리를 이해하도록 마련됐다. 중학교 사회 과목 '국민경제와 국제 거래' 단원과 직접 연결되고 고등학교 경제 과목으로도 확장이 가능한 내용이다.
김 교사는 약 20년간 학생들이 시뮬레이션·게임을 통해 경제 원리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실험경제반'을 운영해 왔다.
그는 "요즘 아이들이 확실히 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저한테 와서 (주식) 종목을 물어보는 학생들도 많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경제, 금융 등을 가르치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교사는 그러나 "중학교 1∼3학년이 배우는 사회 교과서 전체에서 금융 관련 내용은 딱 4페이지로 2차시뿐이라 너무 적다"면서 "좀 더 늘어나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경제·금융 이해력과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2026 경제·금융교육 직무연수'와 '경제·금융교육 활성화 수업'을 연계 운영하고 있다.
대학교수 등 경제·금융교육 전문가와 한국세무사회·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관계자로 구성된 강사진이 중등교사를 대상으로 강의한다.
김 교사도 강사진 중 한 명으로 나서 경제·금융 동아리와 교원학습공동체 운영 사례, 쉽게 배우는 경제와 금융 과목 개발 사례 등을 소개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청소년의 경제·금융이해력은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핵심 역량"이라며 "이번 직무연수와 수업 공개를 연계 운영해 '강의, 실습, 현장 적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 인공지능(AI)·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학교 경제·금융교육의 내실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