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의 준비물은 구호만이 아니다.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서 반나절을 버티는 일은 결국 더위와의 싸움이다.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원청교섭 원년, 초기업교섭 돌파!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민주노총 7·15 총파업대회’에는, 그 몸을 지키는 물건들이 있었다.
가장 철저한 쪽은 민주연합노조였다. 대오가 앉기 전에 물건이 먼저 도착했다. 3000원짜리 도트무늬 접이식 의자. 상자에는 크기 약 25×22×19㎝, 하중 약 50㎏이라고 적혀 있었다. 의자는 12개들이 상자 단위로 실려 와 도로에 쌓였다. 생수는 얼린 채 묶음째 보도블록에 깔렸다. 민주연합노조 관계자는 "여름 집회는 목청보다 얼음물이 먼저 마른다"고 말했다.
준비가 거기까지 닿지 못한 대오는 일인용 발포 방석을 폈다. 손에 서너 장씩 쥐고 자리를 찾는 이들이 있었다. 의자와 방석의 높이 차이는 20㎝ 남짓이다. 같은 도로 위에서도 앉는 자리의 사정은 노조마다 달랐다.더위와 싸우는 장비는 손마다 달랐다. 접이식 의자와 손선풍기를 한 손에 겹쳐 쥔 사람이 있었고, 만화 캐릭터 얼굴을 한 손선풍기도 있었다. 얼굴 절반을 덮는 썬캡 아래로 입술만 내놓은 참가자가 앉아 있었다. 부채에는 '처우개선'과 '국가책임'이 적혀 있었다. 부치는 손이 바쁠수록 구호도 함께 흔들렸다.
그리고 우산을 모자처럼 머리에 쓴 사람이 있었다. 손이 자유로워진 그는 두 손을 무릎에 얹고 무대를 바라봤다. 구호는 하늘로 올라갔고, 물건들은 바닥에 남아 몸을 버티게 했다. 그날 광화문에는, 구호보다 손에 오래 남을 여름의 채비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