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의원총회에서 제기된 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장 대표 퇴진론이 당내 중진과 보수 원로의 공개 사퇴 요구로 다시 불붙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사퇴 요구에는 대응하지 않은 채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복당 가능성을 일축하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고리로 장외집회를 이어가며 강경 행보를 고수했다.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둘러싼 퇴진 압박과 한 의원 복당 문제, 부정선거 주장을 앞세운 장외투쟁 노선이 맞물리면서 당내 갈등도 한층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영세 의원은 15일 CBS 라디오에서 장 대표를 겨냥해 “사적인 욕심을 앞세워 보수세력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나중에 지도체제가 어떻게 되든 장 대표는 사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장 대표가 책임을 안 진다면 지도부 전체가 책임지는 모습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지도부가 해산되는 당헌 규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권 의원은 장 대표가 장외집회 행보를 이어가는 데 대해서도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반영해 당을 바꾸는 게 급한데 그런 노력은 전혀 안 보인다”며 “내년 총선, 그 이후 대선까지 우리 당이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굉장히 큰 문제”라고 직격했다. 집회에서 ‘부정선거’ 구호를 외치는 것을 두고는 “누군가 거대한 음모를 가지고 조작해 선거 결과를 뒤집는다는 의미라면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그런 주장을 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장 대표 사퇴론은 지난달 17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이 사퇴를 요구한 뒤 별다른 후속 움직임 없이 잠잠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옛 친윤계이자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5선 중진이 공개적으로 사퇴 필요성을 다시 제기하면서 퇴진 압박에 다시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권 의원 외에도 6선 조경태·주호영 의원이 지난달 장 대표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당 밖에서도 장 대표의 대표직과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수 원로’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전날 라디오에서 “선거에 망했으면 대표만 그만두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을 던져야 된다”고 쓴소리를 냈다. 그는 “우리 정치사를 보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큰 선거가 끝나면 당 대표는 임기와 관계없이 ‘내 역할을 다했으니까 그만둔다’고 해왔다”며 “그런데 져놓고도 배 째라며 버티는 건 뒷골목 건달이나 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장 대표는 당 안팎의 퇴진 압박에도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한 의원의 복당 문제를 꺼내 들며 당내 갈등의 또 다른 축을 부각했다. 장 대표는 이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자신은 계엄을 막고 탄핵을 주도한 사람으로 남고, 추경호 대구시장과 국민의힘은 사지로 몰아넣고 갑자기 복당하겠다는 게 도대체 무슨 논리냐”며 “범죄행위로 제명된 사람에 대해 복당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한 의원을 겨냥했다.
장 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지난 8일 열린 추 시장 재판에서 한동훈 당시 당대표가 당사로 모이라고 했다고 증언한 것을 언급하며 “안 의원이 증언한 다음에도 그게 계속 틀렸다고 주장하면 추 시장은 내란죄 공범으로 처벌을 받으라는 것이냐”며 “팩트에 대해 반박은 못 하면서 안 의원을 공격하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한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는 동시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장외집회도 이어갔다. 장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에서 열린 ‘6·3 참정권 박탈 사태 집회’에 참석했다. 장 대표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기 위해 지역을 찾은 것은 지난 8일 인천, 12일 부산에 이어 세 번째다. 이날 현장에서 장 대표는 참석자들과 함께 ‘부정선거·재선거’, ‘당일투표·수개표’ 구호를 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