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청주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수사한 검사가 경찰의 수사은폐 의혹이 제기된 일명 ‘장윤기 사건’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드러났다며 경찰이 수사를 독점하게 하는 건 “위험한 도박”이라고 강조했다. 수사·기소 분리를 대전제로 한 이재명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에 따라 검찰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우려를 표한 것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정민(사법연수원 37기)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에 ‘오송 지하차도 참사 3주기를 맞으며-112의 침묵, 그리고 보완수사라는 최후의 보루’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최 부장검사는 장윤기 사건의 은폐 의혹이 불거지자 경찰청장 대행이 해외출장 도중 조기에 귀국해 ‘조직의 명운을 건 수사’를 지시한 것을 두고 “이태원 참사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던 경찰청장의 모습이 강하게 겹쳐 보였다”고 했다.
최 부장검사는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청장이 부실대응을 사과하며 사상 최초로 112 신고 녹취록 11건을 공개했다며 “직후 경찰은 500여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렸지만, 방대한 기록 어디에도 정작 경찰의 112 부실 대응을 파헤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 당시부터 전국 경찰청의 112 신고 체계를 총괄책임졌던 고위 경찰관을 소환 조사하면서 이태원 참사 당시 ‘112 신고 11건’ 발표가 어떤 근거로 나왔는지 물어봤다고 적었다. 당시 해당 경찰관이 ‘112 신고 전화는 100건이 넘을 정도로 많았지만 ‘압사’, ‘깔려 죽을 것 같다’는 단어가 들어간 신고만 센 것’이라고 답했다는 최 부장검사는 “단 한 건도 현장에 출동하지 못했다고 답하면서 일선에서 허위로 출동했다고 입력해놓은대로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최 부장검사는 “어느 기관도 외부의 개입 없이 자기 잘못을 스스로 밝히고 온전히 책임지는 경우는 없다”며 “국민의 안전 보장을 주 임무로 하는 경찰이 112 대응의 치명적 과오를 저지르고도 그 과오를 스스로 ‘셀프 수사’한 것은 진실을 덮는 가림막일 뿐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참담한 진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 부장검사는 오송 참사 수사에 대해서는 “경찰이 국무총리에게 허위보고하는 바람에 국무조정실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역대 최초로 대형 참사 사건의 초동 수사를 담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부장검사는 장윤기 사건을 놓고 “검찰이 경찰 유착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경찰청 본청에서 30명 가까운 수사팀을 광주로 내려보내 검찰 수사를 방해하듯 (장윤기 사건을 수사한) 수사팀장에게 수갑을 채우고 긴급체포한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이 되지 않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중대범죄 수사를 경찰이 독점하는 것에 대해 “대형 안전사고를 치안 실패 당사자인 경찰만 독점 수사하게 두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역설했다.
최 부장검사는 “보완수사를 권한으로 생각하는 검사는 전국에 단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장윤기 사건 피해자나 유족의 입장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는 권리다. 범죄자가 온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다시 살펴봐달라고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 부장검사는 “장윤기 사건과 같은 참담한 유착이, 이태원 참사·오송 참사와 같은 비극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