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단순한 신흥국이 아닙니다. 100년이 넘는 자본시장 역사를 지녔고 대를 이어 부를 축적한 전통 부유층이 확고히 자리 잡은 곳이죠.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중심이던 현지 증권사에 자산관리(WM) 철학을 심어 은행과 경쟁하는 종합 금융사로 키우겠습니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을 이끄는 강문경 법인장은 2007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브라질,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지에서 거점 개척을 주도해 온 그룹 내 대표적인 ‘글로벌 전략통’이다. 특히 2016년부터 9년간 베트남법인을 이끌며 현지 100% 지분 인수를 통한 자본 확충과 폭발적인 유기적 성장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해 6월 인도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밑바닥부터 다졌던 베트남과 달리, 3500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대형 현지 증권사 ‘쉐어칸’(Sharekhan)의 인수 후 통합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현지 시장 혁신을 이끌고 있다.
강 법인장이 짚은 인도 자산관리 시장의 핵심은 ‘역사’와 ‘계층화’다. 그는 “인도는 영국 식민지 시절이던 1800년대 후반 동인도회사를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주식회사 개념과 자본시장이 형성된 곳”이라며 “타타, 고드레지 등 10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가문들이 존재하며 VIP 고객들의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영어 구사 능력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150년 역사를 지닌 뭄바이증권거래소(BSE)의 진화와 맥을 같이하며 수세대에 걸쳐 자본을 축적한 고액자산가(HNI) 층과, 새롭게 떠오르는 온라인 중심의 대중 고객층이 확연히 나뉘어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시장 특성에 맞춰 강 법인장은 셰어칸의 체질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IT 엔지니어들이 창업해 자체 원장과 트레이딩 시스템 등 위탁매매에 압도적 강점을 가졌던 셰어칸에 장기 투자와 자산배분이라는 미래에셋의 철학을 이식하는 작업이다. 강 법인장은 “가업을 몇대째 이어온 60대 이상의 전통 부유층 고객들은 수수료에 민감한 온라인 고객과 달리 다양한 상품을 활용하는 데 관심이 더 크다”며 “직접 얼굴을 보고 신뢰를 확인하려는 성향이 강해 지점 네트워크와 영업직원(RM)의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품 라인업도 공격적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기본으로, 저축성 보험 성격의 방카슈랑스 상품 등을 제공한다. 여기에 그룹 계열사와 손잡고 내놓은 시장 중립형 상품 브랜드 ‘플래티넘’, 미래에셋벤처인디아를 통한 비상장 주식 투자 상품, 인도의 국제금융특구 ‘기프트시티’(GIFT City)를 통한 글로벌 상품까지 취급 폭을 넓히며 현지 운용사가 모방하기 어려운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강 법인장은 “우리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다른 증권사가 아니라 은행”이라며 “은행과 경쟁할 수 있을 만큼 폭넓은 금융상품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신흥 중산층을 겨냥한 모바일 트레이딩 플랫폼 ‘엠스탁’(m.Stock)과 인도 전역 123개 지점·고객 320만명을 보유한 셰어칸을 양대 축으로 투트랙 자산관리 영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엠스탁 역시 고객 수 300만명을 돌파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엠스탁이 비대면으로 주식·파생상품 거래와 ETF, 적립식 펀드(SIP) 투자를 지원한다면, 셰어칸은 광범위한 현지 지점망을 통해 고액자산가(HNI) 고객의 대면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구조다.
이러한 맞춤형 공략은 미래에셋증권의 괄목할 만한 현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8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법인을 설립하며 시장을 선점했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의 전 세계 25개 해외점포에서 나온 연간 세전이익은 전년(1661억원) 대비 200% 급증한 4981억원에 달했다. 특히 인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베트남·브라질·몽골 등 신흥국 법인이 1666억원의 세전이익을 거두며 견고한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2023년 12월 셰어칸 인수를 발표하고 2024년 11월 통합 법인인 미래에셋셰어칸을 출범시키는 과정에서 초기 디지털 시스템 정비 등으로 2024년 176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대대적인 영업망 정비를 거쳐 지난해 3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완벽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래에셋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인도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견고한 거시 경제의 뒷받침이 있다. 한국무역협회 뉴델리지부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7.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026회계연도 성장률 전망치는 6.5%로 주요 20개국(G20) 중 1위를 유지 중이며,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4조1530억달러로 팽창했다. 14억7700만명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전체 증권시장 규모 역시 현재 5조달러대에서 2034년 13조6000억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강 법인장은 “모디 정부의 강력한 인프라 투자로 고속 전철과 공항 등이 빠르게 들어서며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글로벌 IT 소외나 지정학적 이슈로 일시적 부침은 있었지만, 중장기적인 자본시장 팽창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