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은 물가 안정이 필요한 가운데 성장세는 개선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동전쟁 후 고유가로 물가가 오르고 가계부채 증가세와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강해지며 금융 불안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반면 반도체 호황으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부양 필요성은 줄었다.
한은이 수 차례 예고했던 금리 인상 사이클에 본격 진입하면서 연내에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 물가, 두달 연속 3%대 올라 고공행진…고유가·경기 회복에 물가 압력↑
이번 금리 인상은 지난 5월부터 신현송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들의 잇단 공개 발언으로 예고된 수순이었다.
신 총재는 지난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 성장세 개선, 금융안정 리스크 증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신 총재는 중동 전쟁 여파로 치솟은 물가를 우선 언급했다.
전쟁으로 오른 유가가 물가에 반영되면서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5∼6월 두 달 연속으로 전년 대비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목표 수준(2.0%)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2%)은 2023년 12월(3.2%)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 달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에 나서면서 유가 오름세가 한풀 꺾였지만, 종전 이후에도 파괴된 에너지 공급망 복구에 시간이 걸리면서 유가가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7%로 0.5%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지난 달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는 중동 전쟁으로 급등한 유가가 완만하게 하락하면서 올해 하반기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외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회복세와 반도체 성과급발(發) 임금 상승 등으로 인한 수요측 물가 압력도 커진 것으로 본다.
신 총재는 지난 달 17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국내 경기 개선세에 따른 수요 압력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임금 상승 또한 비용과 수요 양 측면에서 물가 상방 압력을 더 높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성장 지표는 크게 개선되면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 부담은 줄었다.
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2021년(4.7%) 이래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이 지난 5월 제시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2.6%)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1분기 성장률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0.1%p 높은 1.8%로 나왔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주도하는 반도체 사이클이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당분간 높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빚투·영끌에 가계부채 급증, 집값도 올라…환율 아직 높아
가계부채 증가세와 집값 상승세도 한은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힘을 싣는다.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올해 들어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달까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가폭도 1월 1조4천억원, 2월 2조9천억원, 4월 3조5천억원, 5월 9조3천억원 등으로 확대됐으며, 6월에 한 달새 8조3천억원 불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종합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03% 상승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21%로 전월(+1.06%)보다 0.15%p 높아졌다.
신 총재는 지난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함께 수도권 주택가격의 상승세 재확대 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 누증 위험 등은 불안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원/달러 환율도 여전히 1,400원대 후반의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신 총재는 지난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상황을 '세 마리 토끼가 같은 방향으로 뛰어가는' 딜레마 상황에 비유하기도 했다.
◇ 미국도 연내 인상 전망 고개…7·8월 '연속 인상' 가능성도
인플레이션 우려에 주요국의 통화 정책도 잇따라 긴축으로 돌아서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달 11일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이후로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들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일본은행도 지난 달 정책 금리를 '1% 정도'로 인상해 1995년 9월 이후 31년 만에 기준금리가 1%대로 진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에 인상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언제, 얼마나 더 금리를 올릴 지로 쏠린다.
연내에 한차례 금리를 더 올릴 거라는 견해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월 동결 뒤 10월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인상 사이클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 가능해 최종 금리가 연 3.25∼3.5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8월까지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통위 전 연합뉴스 설문에서 "글로벌 반도체 사이클이 통화 긴축 영향을 받지 않고 있어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충격이 과거보다 낮을 전망"이라면서 한은이 "올해 8월이나 10월에 0.25%p 인상하고, 내년 1분기 중 0.25%p 더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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