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객실이 화장품을 직접 써보는 체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숙박과 조식 위주였던 호캉스 상품에 세럼과 선케어 제품, 향수 등 뷰티 브랜드 제품을 결합하는 호텔이 늘고 있다.
소용량 견본을 비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품 화장품을 증정하고 향수에서 영감을 얻은 칵테일까지 내놓는다. 물놀이와 미식 상품이 쏟아지는 여름철, 뷰티 브랜드가 호텔 패키지의 새로운 차별화 카드로 떠오른 모습이다.
16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더 플라자는 일동제약그룹과 협업한 ‘더마 리프레시 스테이’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디럭스룸 1박에 일동제약그룹의 화장품 4종을 묶었다. 퍼스트랩 세럼과 선세럼, 마스크팩에 리쥬닉 PDRN 리페어 크림을 더했다.
여름철 자외선과 냉방으로 지친 피부를 관리한다는 콘셉트다. 더 플라자는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제약·바이오 연구개발 역량을 갖춘 일동제약그룹과 손잡았다고 설명했다.
예약은 8월 30일까지, 투숙은 8월 31일까지 가능하다. 가격은 37만원부터다.
눈에 띄는 대목은 외국인 수요다. 더 플라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뷰티 패키지 이용객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포인트 높아졌다.
K뷰티에 관심이 큰 외국인 관광객에게 숙박과 화장품 체험을 한 번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호텔들이 뷰티 협업에 나서는 배경으로 꼽힌다. 고객은 국내 화장품을 직접 사용해 본 뒤 가져갈 수 있고, 브랜드는 별도 매장 방문을 유도하지 않고도 잠재 고객에게 제품을 알릴 수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웨스틴 조선 서울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구찌 뷰티와 손잡았다.
오는 8월 31일까지 판매하는 ‘센트 인 블룸’ 패키지는 향수 ‘구찌 블룸 오 드 뚜왈렛’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됐다.
투숙객에게는 구찌 블룸 오 드 뚜왈렛 100㎖ 정품 1세트를 제공한다. 호텔 라운지앤바에서는 향수의 향을 칵테일로 풀어낸 ‘블룸 인 글라스’ 2잔을 내놓는다.
칵테일은 자스민을 바탕으로 베르가못 리큐어와 라임주스, 자몽, 월계수 잎 등을 사용했다. 객실에서 향수를 경험한 뒤 호텔 바에서 같은 콘셉트를 맛과 향, 시각으로 다시 즐기도록 구성했다.
디럭스룸 기준 가격은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해 61만1050원부터다.
화장품을 객실에 놓아두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향과 이미지를 식음료까지 확장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객이 호텔에 머무는 시간 전체를 구찌 뷰티의 이미지와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호텔과 뷰티 브랜드의 협업은 서울 도심의 고급 호텔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과 머큐어 서울 마곡은 오는 24일부터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브랜드 헤라와 함께 ‘서머 겟어웨이’ 패키지를 선보인다.
두 호텔 모두 헤라의 선케어 제품 ‘UV 프로텍터 익스트림 포스 레포츠’를 제공한다. 나머지 혜택은 호텔의 입지와 주요 이용객에 맞춰 달리 구성했다.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은 송도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레지던스형 객실에 오크 레스토랑 2인 조식 또는 파노라믹65 그릴 앤 바의 디너 세트 2인 이용권을 담았다. 헤라 에코백과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베이커리 이용권, 커피 교환권, 회전목마·포토부스 이용권도 제공한다.
서울식물원과 인접한 머큐어 서울 마곡은 1+1 조식과 헤라 파우치를 준다. 선착순 100명에게는 피크닉 매트를 추가로 증정한다. 서울식물원 산책과 호텔 실내 수영장 이용을 함께 즐기는 도심형 휴식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 호텔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라한셀렉트 경주는 지난 3월 13일부터 스위트 객실과 조식, 수영장 이용권에 ‘지구의온도’ 벚꽃 배스밤을 결합한 봄 패키지를 운영했다. 객실 상품에 뷰티 제품을 더하는 방식이 계절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객실과 조식만으로는 비슷비슷한 여름 패키지 사이에서 눈에 띄기 어렵다”며 “호텔은 고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고, 뷰티 브랜드는 제품을 알릴 새로운 접점을 얻을 수 있어 협업 사례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