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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호의 곤란함을 위하여 [유선아의 취미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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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신호를 감지해 감정을 분류하는 감정 워치는 사용자의 다양한 심리 상태를 대신 정의한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모자무싸)에서 20년째 감독 지망생 황동만(구교환)은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친구 박경세(오정세)에게 미운 말만 골라 내뱉으며 주변의 곱지 않은 눈초리를 받는다. 그런 황동만의 속내를 꿈이 실현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감정 워치에 표시되는 그의 상태는 허기이다. 빈곤한 영감 때문에 허기지고 불안한 상태에 놓인 것은 박경세 감독도 마찬가지다. 시리즈 후반에야 드러나지만 대학 시절 같이 살았던 황동만이 술에 취해 고백한 일화로 각본을 써 데뷔한 경세는 언젠가 그 사실을 동만이 눈치챌까 전전긍긍한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손길이 닿는다. 영화인의 이야기를 다룬 ‘모자무싸’에는 영화에 얽힌 역할과 테마가 캐릭터의 관계에 부여되어 있다. 작은 제작사의 대표인 고혜진(강말금)은 박경세의 아내다. 각본을 쓰고 작품에 임할 때마다 소진될 수밖에 없는 그를 다잡아주기도 하고 몰아붙이기도 하는 것이 혜진의 역할이다. 제작자 혜진과 영화감독 경세는 한 작품의 가능성과 실패를 함께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부부라는 설정은 절묘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의 연출을 맡아 각본을 쓰게 된 경세에게 공동 각본가를 두라는 제안이 주어진다. 혼자 쓰겠다고 고집하는 경세에 반해, 혜진은 공동 각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경세는 불쑥 “이제 나 사랑하지 않아?”라고 묻는다. 몇백억 원대의 제작비가 오가는 작품을 논하다 불거져 나온 사랑 타령에 넋이 나간 혜진이 일갈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켕길 것 없고, 사랑한다고 해서 득 될 것 없고!”

 

경세의 질문은 배우자의 것이고 혜진의 대답은 제작자의 것이다. 창작자에게 작품을 편들어 주는 이가 있다는 건 무엇보다 든든한 일일 테다. 제작에 관한 혜진의 판단력이 부부 사이를 초월하는 동안 경세는 작품(에 대한 의견)과 자신을 동일시해 버리고 만다. 제작상의 판단이 사랑의 철회처럼 들리는 이유는 하필 이들이 부부이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이 세상에 태어난 후에 받는 지지자의 애정은 달지만 좋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반대는 어렵고 곤란하다. 혜진과 경세, 동만은 모두 같은 학교 출신의 모임에 속한 친구이면서도 서로의 작품을 감쌀 수만은 없는 처지의 동료 영화인이다. 대등해지고 싶다는 마음이든, 지금보다 더 나은 장면이 나올 수 있겠다는 엄격함이든 이들의 비평은 애정에 기반한다. 변은아(고윤정)가 이제 막 사이가 발전하려는 연인의 눈으로 동만의 시나리오를 그저 응원하기만 했다면 그의 작품은 스크린에 걸리지 못했을지 모른다. ‘모자무싸’가 한 귀퉁이에 그려 넣은 것은 마침내 좋은 영화를 만나기 위한 그 옹호의 곤란함이다.

 

유선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