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3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은이 얼마나 금리 인상의 가속페달을 밟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인상의 속도와 폭은 다음 주 발표될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와 8월 초 나올 물가 동향 등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신 총재는 특히 향후 반도체 가격 흐름이 경제성장과 통화정책에 중요 단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 총재는 이날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물가 성장률이 목표수준(2%)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며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신 총재는 “근원물가는 자체의 포물선을 그려가는 게 아니고 통화정책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궤적이 바뀌게 돼 있다”며 “통화정책을 잘 쓴다면 근원물가가 오랫동안 목표수준보다 높게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은은 최근 수출 호조 덕분에 물가대응 부담을 던 상황이다. 금리를 인상해도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낮아져서다. 금통위는 올해 실질 GDP 성장률이 5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때 제시한 2.6%를 큰 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투자 증가는 물론 소비 회복세도 확대되는 추세가 확인됐다. 신 총재는 “2.6%는 너무 낮다고 판단되고 8월 회의 때 상당폭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현재) GDP의 모든 구성 요소가 상당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하반기 경제성장 전략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0%로 대폭 상향했다.
앞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8%로 2020년 3분기(2.3%) 이후 5년6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반도체 등의 가격 상승분이 반영된 명목 GDP 성장률은 10.5%로 1976년 1분기(13.0%) 이후 50년 만에 최고였다.
이번 인상이 예고된 결정이었기에 시장 관심은 향후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로 향하고 있다. 금통위가 올해 8월이나 10월 추가 인상을 단행해 내년 상반기까지 최종 금리가 연 3.25∼3.50%에 이르리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신 총재는 향후 속도에 대해 “모든 통화정책의 경로를 감안하고 거기에 맞춰서 정책을 써야 되기 때문에 (그 결정 과정은)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고 큰 유조선을 타는 것과 같다”며 “시간을 두고 모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향후 물가와 경제성장 추세다. 신 총재는 “2분기 국민소득 통계와 7월 생활물가를 아주 주의깊게 보겠다”고 했다. 올해 2분기 실질 GDP·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은 이달 23일 발표된다.
신 총재는 특히 반도체 가격 추이를 중요 지표로 꼽았다. 그는 “1분기 GDI 13.2% 성장이라는 수치는 결국 반도체 가격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가격 급등이 GDI를 이례적으로 높였고, 이것이 향후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을 펼 때도 당연히 반도체 가격을 주시해야 된다”며 “이 부분을 계속 지켜보면 장기 성장 추세나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연 3.50∼3.75%)의 정책금리 격차는 1.2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축소됐다. 양국 정책금리 격차는 2023년 1월 1.00%포인트에서 2월 1.25%포인트로 확대된 후 3년5개월 만에 최소로 좁혀졌다. 한·미 금리차 축소는 환율 안정에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이찬진 원장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동향 및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다. 이 원장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중동지역 불안 지속 및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향후 금융시장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수 있으므로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기업 자금조달 여건 악화, 취약차주 금리 부담 상승 등 금리 인상에 따라 발생 가능한 부문별 리스크 요인들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