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싸고 이란과 갈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층 더 극단적인 군사적 수단의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을 다시 경색시킬 우려가 큰 이란 에너지시설에 대한 공습은 물론 지상군 투입, 비밀 핵시설 타격 등까지 언급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행정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일간 행정부 내 핵심 보좌관들과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관련 논의를 가졌다.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등 참모들이 총망라돼 이루어진 논의의 내용 중에는 하르그섬 등 호르무즈해협 내부 섬에 지상군을 투입해 점령하는 방안, 핵 관련 비밀시설로 추정되는 픽액스산을 폭격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에너지시설을 포함해 이란 내 더 많은 표적을 대상으로 공습을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논의 이후에도 아직 군사적 수단 사용에 대해 결심을 하지 못했으며, 여전히 이란과의 갈등을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교착 상황이 계속되자 적어도 이란이 해협 내 민간 선박에 대해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을 만큼의 강경 대응 방안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전후 이란에 대한 비판을 비교적 자제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는 이란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고 위협적 언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날 미 육군 전쟁대학에서 열리는 행사 참석을 위해 펜실베이니아주에 도착한 후 취재진에게 “우리가 이란과 합의를 볼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미국이 이란을) 끝장내 버릴지는 곧 알게 될 것”이라며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란)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얌전히 행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이란에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논의된 군사적 수단 중 어느 하나라도 실행을 선택할 경우 이란 전쟁은 다시 전면전 구도로 전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MOU 체결 이후 잠시 안정됐던 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등 국제경제에도 엄청난 충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으로서도 모두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다. 호르무즈해협 내부 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은 미군 병사들을 이란 본토에서 날아오는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픽액스산 터널 단지 폭격도 군사시설이 지하 90~145m 깊이에 건설돼 최신형 벙커버스터 폭탄으로도 완벽한 파괴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란 내부 에너지시설 폭격도 그나마 잠잠해진 국제 에너지 공급을 다시 급격히 경색시킬 우려가 커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용으로 군사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밴스 부통령은 한 팟캐스트와 인터뷰에서 “군사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도구 중 하나”라며 외교적 해법의 여지를 남겼다.
미국이 이날도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격하며 긴장감은 연일 확대되고 있다. 대이란 군사작전을 수행 중인 미 중부사령부는 엑스(X)에 “이란을 겨냥한 오전 공습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호르무즈해협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는 이란의 군사력을 약화하겠다는 명목으로 미국이 이란 재공습에 나선 지난 11일 이후 닷새 연속이다. 특히 처음으로 주간에 공습이 이루어졌다. 중부사령부는 이어 이날 오후에도 이란 공습에 나서 하루에 2차례 공습을 단행했다.
IRNA 통신 등 이란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중서부 로레스탄주 호라마바드시와 마르카지주 혼다브시, 북부 셈난주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 이들 도시는 이란의 주요 미사일 기지가 있는 지역이다. 미사일 개발·생산과 핵 시설이 위치한 테헤란 인근 도시 파르친에서도 방공망이 가동됐다. 이에 따라 미국이 호르무즈해협과 인접한 남부 외에 중부와 북부 지역까지 공습 범위를 확대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이란 내륙 공습은 주로 이스라엘이 해왔으나 이날 폭발음이 이스라엘과 관련됐다는 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