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의 번영과 폐광, 카지노 시대로 이어진 강원도 정선의 굴곡진 현대사를 배경으로 평범한 삶을 지켜온 사람들의 삶을 담은 장편희곡이 출간됐다.
16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민둥산 시인’으로 유명한 강원도 정선 출신 작가 서예일이 장편희곡 ‘노포(사진)’를 출간했다.
작품의 무대는 강원도 정선 민둥산역 앞 오래된 국밥집 ‘노포’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퇴직을 앞두거나 은퇴한 초·중학교 동창 일곱 명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광부와 우체국장, 택시기사, 카지노 기업 간부, 자영업자 등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친구들이 막걸리와 노가리, 탄광 시절 광부들의 애환이 서린 돼지두루치기를 앞에 두고 지나온 세월과 고향, 가족, 남은 삶을 이야기한다.
서 작가는 “‘노포’는 산업의 흥망을 다루는 작품이 아니다. 탄광의 불빛이 사라지고 카지노의 불빛이 들어선 시대를 살아온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통해 노동의 가치와 우정, 고향의 의미, 공동체의 소중함을 되새긴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고향에서 다시 만나 서로의 삶을 위로하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온 시간이야말로 가장 큰 자산임을 보여준다.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정선아리랑의 현대적 계승이다.
서 작가는 정선 민둥산역 인근에서 성장하며 어린 시절부터 정선아리랑 가락을 가까이에서 접했다. 같은 마을에서 생활했던 정선아리랑 명창 최봉출 선생의 영향으로 작품 말미에 ‘신(新)정선아리랑’을 창작해 전통의 정서를 오늘날의 삶과 무대 언어로 새롭게 풀어냈다.
이 같은 창작 세계는 최근 출간한 시집 ‘민둥산역 플랫폼에서’와 맞닿아 있다. 시집이 정선아리랑의 정서를 현대시로 형상화했다면, ‘노포’는 민둥산역 앞 노포를 중심 무대로 정선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연극이라는 공간예술로 확장했다. 시와 희곡을 통해 지역문화의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이어가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서 작가는 “‘노포’는 정선 사람들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우리 시대를 살아온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책으로 끝나는 작품이 아니라 언젠가 무대에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며 완성되는 희곡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