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부동산 세제 개편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책의 방향은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액’을 과세 기준으로 삼아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1세대 1주택이라도 주택 가액이 높다면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세제개편의 남은 과제는 정책의 속도와 강도가 될 전망이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말 세제개편안을 통해 부동산 세제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정부가 개최한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자기가 사는 곳 이외에 다른 여러 개 주택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도와주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합부동산세는 그간 주택 수를 기준으로 해왔는데, 주택 한 채의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과연 주택 수만 따질지, 아니면 가액을 기준으로 할지가 이슈인 것 같다”며 “집을 하나 사서 여러 해 동안 살았는데 다주택자와 똑같은 세금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슈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제개편을 앞둔 시점에 부동산 세제에 관한 쟁점을 직접 언급한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종부세의 과세 기준을 현행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액’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점에 다수 의견이 모였다. 오종현 조세재정연구원 본부장은 “주택을 과세할 때 ‘거주 주택’과 ‘투자 주택’을 구별해야 하는데, 현행 제도는 그 구별을 1세대 1주택으로 하고 있다”며 “똘똘한 한 채 현상은 1세대 1주택에 집중된 세제혜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충진 건국대 교수(경영학)도 “종부세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려면 가액 기준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어느 정도 선으로 잡을 지도 주요 쟁점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유튜브 실시간 댓글창을 향해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물은 뒤, ‘시세 30억원’이라는 의견에 “시가 30억원은 가혹하다. 한 50억원은 한 줄 알았다”고 언급했다.
심 교수는 “초고가 주택의 조세 부담이 낮다는 데 동의한다”며 “시가 50억원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고려하면 35억원 정도인데, 그 이상은 공제 적용률을 10%포인트씩 차감하면 과세 형평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초고가 주택에만 실효세율을 크게 인상해야 한다”며 40억원을 기준선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고령자와 장기보유자 중심의 공제 혜택을 실거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오래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는 손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보유는 투기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실거주 기간으로 대체해야 한다”며 “5년 이상 거주하면 10% 공제, 이후 5년 늘어나면 공제율을 10%포인트씩 가산해 20년 이상 살면 40% 최대 공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1세대 1주택에 최대 80% 주는 보유공제를 거주공제로 바꿔 실거주에 종부세 공제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유세를 강화하는 기조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양도세는 완화해 세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부동산 세제는 보유세 위주로 운영해야 하며, 양도세는 동결효과로 시장을 왜곡한다”며 “장특공제를 단순히 정률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세와 연동해서 하는 방식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서울은 양도세 중과 이후 8만가구 매물이 6만가구까지 줄었고 전월세도 전년 동기보다 14% 줄었다”며 “보유세를 높인다면 조정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을 일부 낮추는 식으로 거래세는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13일부터 부동산 정책에 관한 부처별 릴레이 토론을 진행 중으로, 오는 23일 마지막 토론회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다. 구 부총리는 “다양한 의견을 최종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