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습 누르면 전기료 줄겠지?”
기온은 높지 않은데 집 안은 눅눅한 장마철이다.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냉방 대신 제습 모드를 켜는 사람이 많다.
제습 모드가 냉방보다 항상 전기를 적게 쓰는 것은 아니다. 두 모드 모두 압축기로 냉매를 순환시켜 실내 공기를 식히고 습기를 제거한다. 전력 사용량은 설정 온도와 실내외 온도 차, 압축기 가동 시간, 제품별 운전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에어컨과 제습기는 열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에어컨은 실내에서 흡수한 열을 실외기를 통해 밖으로 내보낸다. 제습기는 공기를 차갑게 식혀 수분을 제거한 뒤 다시 데워 배출한다. 습도는 낮아지지만 실내 온도는 다소 오를 수 있다.
◆제습 버튼 누른다고 무조건 절전 아니다
에어컨의 제습 운전은 냉방과 같은 원리를 이용한다. 습한 공기가 차가운 열교환기를 지나면 수분이 물방울로 맺히고, 배수관을 통해 실외로 빠져나간다.
차이는 운전 방식에 있다. 제습 모드는 찬바람을 약하게 내보내거나 압축기와 팬 가동을 조절해 실내 온도가 지나치게 내려가지 않도록 한다. 제어 방식은 제조사와 제품에 따라 다르다. 제습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전력 사용량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홈멀티 에어컨 안내에서 냉방과 같은 조건으로 운전할 경우 제습 운전의 소비전력을 최대 6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 자체 실험 결과로, 설정 온도를 24도 이하로 낮추면 냉방과 소비전력 차이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대 60%’와 ‘24도’는 모든 에어컨에 똑같이 적용되는 수치가 아니다. 모델과 실내 온도, 습도, 운전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사용하는 제품의 설명서에서 제습 운전 방식을 확인하는 게 먼저다.
무더운 날에는 제습보다 냉방이 낫다. 냉방으로 실내 온도를 낮춘 뒤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인버터 에어컨은 희망 온도에 도달하면 압축기 출력을 스스로 낮춘다. 짧은 간격으로 전원을 껐다 켜는 것보다 적정 온도로 계속 운전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다.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함께 사용하면 찬 공기가 실내에 고르게 퍼진다. 희망 온도를 지나치게 낮추지 않고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권장하는 냉방 설정 온도는 26~28도다.
◆제습기 한 달 전기요금 7000~1만원
제습기는 방을 시원하게 만드는 냉방기기가 아니다. 온도보다 습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24년 시중 제습기 9개 제품을 시험한 결과, 하루 제습량은 12.2~21.1ℓ로 제품 간 최대 1.7배 차이가 났다. 소비전력은 262~363W였다.
월 171시간 사용하고 1㎾h당 160원을 적용해 환산한 전기요금은 한 달 7000~1만원이다. 평균은 약 8000원이었다.
시험 대상 제품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기 위해 계산한 금액이다. 실제 요금은 제습기 사용 시간과 가정 전체 전력 사용량, 누진 구간에 따라 달라진다.
제습기는 제품 안으로 들어온 공기를 차갑게 식혀 수분을 제거한 뒤 다시 데워 내보낸다. 오래 가동하면 배출구 주변뿐 아니라 방 안 온도도 올라간다. 사람이 머무는 거실이나 침실에서 더위와 습기를 함께 잡으려면 에어컨이 적합하다.
◆거실은 에어컨, 옷방은 제습기
가족이 오래 머무는 거실과 침실에서는 에어컨으로 온도와 습도를 함께 낮추는 게 낫다. 실내에서 빼앗은 열을 집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제습기처럼 방 안에 열이 쌓이지 않는다.
에어컨 바람이 잘 닿지 않는 옷방과 팬트리, 창고 등 닫힌 공간에서는 제습기가 제 역할을 한다. 창문과 방문을 닫아 외부의 습한 공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고, 옷장과 신발장 문은 열어두면 안쪽에 갇힌 습기까지 제거할 수 있다.
실내 빨래를 말릴 때도 유용하다. 빨래 사이에 간격을 두고 널어 제습기와 서큘레이터를 함께 가동하면 건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장시간 사용할 때는 물통 용량과 연속 배수 기능을 확인해야 한다. 물통이 가득 차면 자동으로 운전을 멈추는 제품이 많다. 자주 물통을 비우기 어렵다면 배수 호스를 연결해 연속 배수할 수 있는 제품이 편리하다.
거실과 침실은 에어컨, 옷방과 빨래 건조 공간은 제습기로 나눠 쓰는 게 효율적이다. 전기요금을 가르는 것은 냉방과 제습이라는 버튼 이름이 아니다. 공간에 맞는 기기를 선택하고 설정 온도와 가동 시간을 조절하는 게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