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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8시간 앉아 계십니까?…‘오늘 운동했으니 괜찮다’는 위험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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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장시간 좌식생활 줄여야”…일상 속 움직임 ‘NEAT’가 건강 좌우
생활체육 참여 늘었지만 하루 좌식시간은 8시간↑…운동만으론 부족
계단·걷기·집안일도 운동…하루 에너지 소비 최대 2000㎉ 차이

퇴근길 헬스장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러닝머신 위에는 땀이 흐르고, 웨이트 기구에서는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한 시간을 꽉 채운 운동을 마친 사람들은 뿌듯한 표정으로 헬스장을 나선다.

 

그런데 의사들은 오히려 그때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헬스장을 나온 뒤 남은 23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더라도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생활습관은 운동 효과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잇따르고 있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NEAT(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비운동성 활동열발생)라는 개념이 있다. 헬스장이나 운동장에서 하는 계획된 운동이 아니라 걷기, 계단 오르기, 집안일, 장보기, 빨래, 아이 돌보기, 반려견 산책, 서 있기처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며 소비하는 에너지를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일주일 150~300분의 중강도 신체활동 또는 75~150분의 고강도 신체활동을 권고한다. 동시에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을 줄일 것도 함께 권고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더라도 오래 앉아 있는 생활 자체가 건강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1회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비율은 2014년 54.8%에서 2023년 62.4%로 높아졌고, 2024년에는 60.7%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성인의 하루 평균 좌식시간이 평일 기준 8시간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과거보다 늘었지만, 일상 대부분을 의자에서 보내는 생활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이런 좌식 생활의 위험성은 국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에서는 하루 8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의 조기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하루 60~75분 정도의 중등도 이상 신체활동을 꾸준히 하면 이러한 위험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일상 속 작은 움직임은 실제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까. 이를 수치로 보여준 사람이 NEAT 개념을 체계화한 미국 메이오클리닉의 제임스 레빈(James Levine) 박사다.

 

레빈 박사는 같은 열량을 섭취하더라도 일상 속 움직임(NEAT)의 정도에 따라 하루 에너지 소비량 차이가 최대 약 2000㎉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일반적인 퍼스널트레이닝(PT) 1시간의 칼로리 소모량이 약 400~50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계획된 운동보다 나머지 시간의 활동량이 에너지 소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건강지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된다. 영국 UK Biobank 기반 연구에서는 하루 6~10층 정도 계단을 오르는 사람은 계단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조기 사망 위험이 약 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단 오르기의 운동 강도는 8~9MET로 생활 속 신체활동 가운데 비교적 높은 수준에 속한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 역시 심혈관질환과 암 발생 위험, 전체 사망 위험이 모두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걷기에 대한 상식도 달라지고 있다. 오랫동안 ‘하루 1만 보’가 건강의 기준처럼 알려졌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약 4000보부터 건강상 이점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약 7000보에서는 조기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뚜렷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중요한 것은 ‘1만 보’라는 숫자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하루 동안 몸을 얼마나 꾸준히 움직이느냐다. 최근에는 30분 이상 연속으로 앉아 있기보다 중간중간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혈당과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운동생리학에서 활동 강도를 나타내는 MET(대사당량) 기준으로 집안 청소는 약 3~4MET, 장보기는 2.5~3.5MET, 반려견 산책은 3~4MET 수준의 활동으로 분류된다. 빨래를 널고, 아이를 안고 움직이고, 오래 앉아 있기보다 자주 일어나 서 있는 것 역시 NEAT에 해당한다. 운동복으로 갈아입지 않아도 일상 속 움직임 하나하나가 건강을 만드는 운동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운동을 ‘헬스장에서 흘린 땀’만으로 평가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하고, 점심시간 10분을 걸으며, 퇴근길 한 정거장을 먼저 내려 걷는 습관처럼 일상 속 작은 움직임이 하루의 신체활동량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건강의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