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관련 법 개정 이전에도 의료진의 재량에 따라 임신중지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관련 부처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5개국만 임신중지 약물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향후 제도 개선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임신 중지 약물인 ‘미프진’과 관련해 “정부에 조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이더라도 임신중지 약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재량권을 주자는 취지의 발언이다.
앞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지난 15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말씀한 내용에 따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 논의가 더 본격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며 “우리 부도 적극 협조하며 일을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성평등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은 전 세계 101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OECD 회원국의 87%가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임신중지 약물을 의사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하거나 우편으로 배송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임신중지 약물은 OECD 38개 회원국 중 33개국에서 사용이 허용됐다. 한국, 폴란드, 튀르키예, 슬로바키아, 코스타리카 등 국가에서만 불법이다.
‘미프진’이라는 제품명으로 유명한 임신중지 약물은 임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호르몬을 차단하는 ‘미페프리스톤’ 성분과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 성분으로 구성된다.
두 성분은 모두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 필수 의약품 목록에 올랐다.
WHO는 세계적으로 임신중지의 45%가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임신중지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면 모성사망률을 낮추고 임부와 여아의 건강과 존엄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임신중지 약물 도입 시도는 있었다.
국내 판권을 보유한 현대약품은 2021년 7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품목허가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입법 시한인 2020년 말까지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6년째 법적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5일 논평에서 “식약처는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아 판매 허가를 낼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현행법상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법률 자문을 여러 번 받은 것을 숨기고 도입을 미뤄왔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