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변이 가늘어지고 배변 뒤 휴지에 피가 묻는 일이 반복됐다. 처음에는 치질이거나 일시적인 ‘장 트러블’이라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나 증상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혈변이나 가늘어진 변은 치질·변비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지만, 반복되거나 배변 습관의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대장암의 신호일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대장 점막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발생 부위에 따라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나뉜다. 중앙암등록본부의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 대장암은 국내 전체 암 발생 3위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여성에서는 신규 발생 암 가운데 1위였고, 80세 이상에서 발생 빈도가 가장 높았다.
대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75.6%지만 발견 시점에 따라 치료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암이 대장 벽 안에 머문 단계에서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4.9%에 이르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된 뒤에는 20.4%로 낮아진다.
대표적인 증상은 혈변과 가늘어진 변, 변비·설사의 반복, 잔변감, 원인 모를 복통과 체중 감소다. 특별한 이유 없이 빈혈이 생겨 쉽게 피로하거나 어지럽고, 복부에서 덩이가 만져지는 것도 의심 신호다. 이런 증상이 모두 암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 주 이상 이어지거나 반복되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최근에는 50세 이전에 진단되는 조기 발병 대장암도 늘고 있다. 특히 40세 미만 대장암 발생률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으로 보고됐다. 젊은 환자는 본인과 의료진 모두 치질이나 과민성 장증후군 등 흔한 질환을 먼저 떠올려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신루미 보라매병원 외과 교수는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암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이전과 다른 배변 증상이 반복된다면 적절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나 형제자매 중 대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일반인보다 위험이 높을 수 있어 검진 시작 연령과 주기를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치료는 개복수술에서 복강경·로봇수술 등 최소침습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절개 범위를 줄여 통증과 회복 부담을 낮추고 항문 보존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환자별 재발 위험과 예후를 예측하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신 교수는 “혈변이나 배변 습관 변화가 반복되면 ‘치질이겠지’라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며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성적이 좋은 만큼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