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중동 정세가 다시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휴전이 종료됐다”고 밝혔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틀 뒤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선언했다. 이후 미국이 이란 내 철도·교량·공항 등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자, 이란도 중동 각국의 발전소와 해수 담수화 시설, 미군 기지를 겨냥한 보복 공격에 나섰다. 군사시설을 넘어 민간 인프라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국제사회는 에너지 공급 차질과 무역 위축, 이에 따른 세계 경제의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제 유가는 17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뛰었다. 전망도 밝지 않다. 미국은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기지인 하르그섬에 대한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맞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이어 예멘 후티 반군에 홍해 원유 수송로 봉쇄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협이 현실화하면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한층 심화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에는 큰 차질이 없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확대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경제적 충격만이 아니다. 지난 17일 요르단에서는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미군 장병 2명이 전사하고 1명이 실종됐다. 중동전쟁 발발 이후 이란의 직접 공격으로 미군 병사가 사망한 것은 처음이다. 공격을 받은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미군기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 곳이다. 미군 당국자는 외신 인터뷰에서 “이란 미사일 여러 발이 요격됐지만, 최소 1발이 방공망을 뚫고 기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군 사드 방공망도 완벽한 방패가 아님을 입증한 셈이다.
현대전에서 방공망 자체가 적의 우선 공격 목표가 되며, 대량의 미사일과 드론을 동시에 투입하는 복합 공격 앞에서는 아무리 첨단 방어체계라도 빈틈이 생길 수 있다. 더욱이 우리는 핵무기와 함께 다양한 탄도미사일·극초음속 미사일·순항미사일·무인기 전력을 지속해서 고도화하는 북한과 마주한 상태가 아닌가. 이번 사례를 계기로 대북 미사일 방어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다층 방어 역량과 한·미·일 연합 미사일 대응 능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한계를 드러낸 사드 방공망이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이자 교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