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국, 반찬통째로 돌렸다고?”
먹다 남은 국을 플라스틱 반찬통째 전자레인지에 넣어 데우는 경우가 많다. 다른 그릇에 옮겨 담기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먹을 만큼만 덜어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유리나 도자기 그릇에 담아 데우는 게 좋다.
신경과 전문의 존 스튜어트 하오 다이와 폴 벤드하임은 최근 플라스틱 주방용품을 사용할 때 불필요한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플라스틱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넣지 않고 플라스틱 랩과 도마 사용을 줄이며, 가능하면 일회용 생수병 대신 다른 재질의 물병을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두 전문의는 미세플라스틱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관련 연구 대부분이 세포·동물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어 사람에게 특정 질병을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모든 플라스틱 주방용품을 당장 버릴 필요는 없다. 용기를 가열하거나 거칠게 문지르는 등 미세플라스틱 방출을 늘릴 수 있는 사용 습관부터 바꾸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3분 돌렸더니 1㎠당 최대 422만개
2023년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기술’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미국에서 판매된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유아식 용기 2종과 폴리에틸렌 재사용 식품 파우치 1종의 미세·나노플라스틱 방출량을 측정했다.
연구진은 실제 음식 대신 정제수와 3% 아세트산 용액을 넣었다. 수분이 많은 식품과 산성 식품을 모사하기 위해서다. 유아식 용기는 최대 출력 1000W 전자레인지에서 3분 동안 가열했다.
실험 결과 일부 제품에서는 용기 표면 1㎠당 미세플라스틱이 최대 422만개, 나노플라스틱이 최대 21억1000만개 방출됐다. 연구진이 설정한 여러 사용 조건 가운데 전자레인지 가열 때 방출량이 가장 많았다.
이 수치를 모든 플라스틱 반찬통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실험 대상이 유아식 용기 2종과 식품 파우치 1종에 불과했다. 실제 국이나 찌개가 아닌 수분이 많은 식품과 산성 식품을 모사한 용액을 사용했다.
장기 보관 실험도 실제로 냉장고나 실온에 6개월 동안 둔 방식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장기 보관 환경을 모사하기 위해 용기를 섭씨 20도 또는 40도에서 10일간 보관하는 가속 조건을 적용했다.
이 연구만으로 플라스틱 용기의 전자레인지 사용이 모두 위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표시 역시 미세플라스틱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노출이 걱정된다면 음식을 데울 때 전자레인지용 유리나 도자기 그릇에 옮겨 담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칼자국 난 도마, 뜨거운 차에 둔 생수
플라스틱 도마도 칼날과 반복해서 마찰하면 미세한 입자가 떨어질 수 있다. 2023년 ‘환경과학기술’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도마 위에서 당근을 써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마에 깊은 칼자국이 생겼다면 미세플라스틱뿐 아니라 위생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미국 농무부는 재질과 관계없이 도마가 지나치게 닳았거나 세척하기 어려운 홈이 생기면 교체하라고 권고한다. 나무 도마도 사용 후 깨끗이 씻어 물기가 남지 않도록 충분히 말려야 한다.
한여름 차량 안에 일회용 생수병을 장기간 방치하는 습관도 피하는 게 좋다.
2025년 국제학술지 ‘유해물질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는 차량 내부의 열과 햇빛에 노출되는 상황을 모사해 페트병 생수의 변화를 측정했다. 노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페트병의 분해가 빨라졌다. 28일 뒤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최대 10.03ppm까지 높아졌다.
이 수치는 생수병을 고온과 햇빛에 장기간 노출했을 때 나온 결과다. 차 안에서 잠시 따뜻해진 생수를 마셨다고 곧바로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단시간 고온 노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이 연구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뇌에서 나왔지만 치매 원인인지는 미확인
2025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된 사후 조직 연구에서는 뇌의 미세·나노플라스틱 농도가 간이나 신장보다 높게 측정됐다.
치매 진단을 받지 않았던 사망자의 뇌 조직에서는 간·신장보다 7~30배 높은 농도가 나왔다. 치매 진단을 받은 사망자 12명의 뇌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수치가 확인됐다.
뇌에서 입자가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 미세플라스틱이 치매를 일으킨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진 역시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오히려 치매 환자의 뇌 위축이나 혈액뇌장벽 변화, 배출 기능 저하로 입자가 더 많이 축적됐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치매 환자 표본이 12명에 불과하고 미세·나노플라스틱 측정법이 표준화되지 않았다는 한계도 있다. 현재로서는 미세플라스틱이 치매를 일으키는지, 치매가 진행되면서 축적량이 늘어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현재 식품과 물에서 검출되는 수준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인체 건강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연구마다 검출·측정 방식이 달라 결과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음식과 물, 공기를 통한 노출량과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자료가 아직 불충분하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집에 있는 플라스틱 제품을 당장 모두 버릴 필요는 없다. 음식을 데울 때는 유리나 도자기 그릇에 옮겨 담고, 칼자국이 깊어 깨끗이 씻기 어려운 도마는 교체하면 된다. 일회용 생수병을 뜨거운 차량 안에 장시간 방치하지 않는 것도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이는 간단한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