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모르는 당신에게서 편지가 왔다
흙이 핥아주는 방향으로 순한 우표가 붙어 있었다
숨소리가 행간을 바꾸어도
정갈한 여백은 맑아서 읽어낼 수 없었다
문장의 쉼표마다 소나기가 쏟아졌다
태양은 완연하게 여름의 것이었다
고향으로 가는 길에선 계절을 팔았다
설탕 친 옥수수와 사슴이 남긴 산딸기
오디를 바람의 개수대로 담았다
간혹 꾸덕하게 말린 구름을 팔기도 했다
속이 덜 찬 그늘이 늙은호박 곁에 제 몸을 누이면
나만 두고 가버린 당신이 생각났다
찐 옥수수 한 봉지 손에 들었다
입안으로 고이는 단 바람이 평상에 먼저 가 앉았다
늦여름이 혀로 눌어붙고
해바라기와 숨바꼭질을 하던 나는
당신 등에 기대 달콤한 낮잠을 꾸었다
(하략)
“태양은 완연하게 여름의 것이었다” 하는 문장을 반복해서 읽는다. 뜨거운 한낮, 흔들림 없이 여름 속을 걷는 사람들이 창밖에 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사람, 양산을 든 사람, 커다란 가방을 멘 사람……, 모두 고향을 향해 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시를 읽고 나자 그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당신’의 편지를 받은 게 아닐까. 누구에게나 그리운 사람, 그리운 날들은 있는 법이고 여름은 곧잘 무성한 한 시절로 우리를 데려가곤 한다.
이 시에는 그리운 당신, 그리고 당신과 함께였던 어린 날의 소중한 기억이 있다. 설탕 친 옥수수와 산딸기와 오디에서 나는 단내가 시 밖까지 훅 끼쳐오는 것 같다. 찐 옥수수 한 봉지가 불쑥 내 손에도 쥐어진 기분. 여름이 저물기 전에 나도 고향에 가야지 다짐한다. 당신은 이미 떠나고 없는 고향이다. 그럼에도 함께였던 시간과 “그날의 체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나의 페이지 한가운데, “태양의 책갈피”를 꽂아두었다.
박소란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