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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 차마 놓지 못하는 손…가족 대리 땐 연명의료 시행 가능성 2.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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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기 환자에게 생명 연장만 하는 연명의료
연구팀 “환자들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1. 50대 직장인 A씨는 말기 암 환자인 아버지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자 의료진이 권유한 것이다. 의식이 흐려져 가는 아버지의 의중을 몰라 고민하던 A씨에게 의료진은 ‘중환자실에 다시 가서 치료받고 싶으신지’ 여쭤보라고 조언했다. 이미 한 차례 중환자실을 경험한 아버지는 이 질문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이를 본 A씨의 가족은 혈액 투석과 인공호흡기 등 연명의료를 중단하기로 결심했다. A씨는 마치 아버지를 포기한 것 같아 괴로웠지만 의료진은 무엇보다 환자가 편안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가족의 결정을 지지해 주었다. 이후 A씨의 아버지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평안히 임종을 맞이했다.

 

연명의료 유보·중단을 결정하는 주체가 환자인지 가족인지에 따라 치료 강도와 의료 비용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자가 처음부터 치료를 받지 않거나(유보), 중간에 중지를(중단) 결정하면 치료 강도와 비용이 줄어드는 반면, 가족이 대리로 결정할 때는 두 가지 모두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오탁규·송인애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중환자실에 입원한 전국 성인환자 118만9042명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밝혔다.

 

연명의료란 회복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이나 항암제 투여 등 치료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의료 행위를 말한다. 2018년 연명의료 결정법이 도입됨에 따라 환자 스스로 연명의료를 유보 및 중단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환자는 임종 과정에서 존엄성과 자기 결정권을 보장받는다. 

 

연명의료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작성 시점과 대상에 따라 차이가 있다. 19세 이상 성인이면 질병과 무관하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미래에 자신이 임종 과정에 들어갔을 때 어떤 치료를 받을 것인지에 대해 사전에 밝히는 것이다.

 

반면 ‘연명의료계획서’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담당 의사가 환자의 상태와 가능한 치료에 대해 설명한 뒤 작성된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연명의료를 시행할지 말지, 중단할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연명의료 관련 문서를 작성하지 않은 환자군을 기준으로 삼고, 환자 본인이 직접 작성한 그룹(환자 본인 작성군)과 가족이 대신 작성한 그룹(가족 대리 작성군)을 비교했다.

 

환자 본인 작성군은 연명의료 관련 문서가 없는 환자군에 비해 인공호흡기 삽관, 체외생명유지술 등 고강도 침습적 연명의료를 시행할 가능성이 0.7배로 나타났다. 가족 대리 작성군의 경우 문서가 없는 환자군 대비 고강도 연명의료 시행 가능성이 약 2.35배 높았다. 치료 강도뿐만 아니라 의료비 측면에서 두 그룹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전자의 일일 의료비는 문서가 없는 환자군보다 약 14% 낮았던 반면, 후자는 약 4% 높았다.

 

오 교수는 “이는 가족의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가족 대리 결정은 대개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직접 밝히기 어려운 급박하고 중증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때 가족은 환자의 생명을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 심리적 부담, 죄책감, 불확실성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줄이기보다 가능한 치료를 계속 선택하는 방향으로 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의사 결정능력을 유지하고 있을 때 자신의 가치관과 치료 선호를 가족 및 의료진과 충분히 논의하고 기록해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가 말기 또는 임종기 진단을 받고 나서야 작성할 수 있는 만큼 의사결정능력을 상실한 경우가 많아 가족이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대신 작성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립연명의료기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가족이 환자의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 결정을 내린 비율은 약 55.7%로 집계됐다.

 

오 교수는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을 잃기 전에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적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과 상담을 활성화하고 임종기에 작성 가능한 연명의료계획서를 중증 질환자나 고위험 환자에서는 보다 이른 시기에 연명의료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