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광주 도심에서 발생한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의 초기 부실 수사 의혹이 경찰 지휘부 전체를 향한 전방위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20일 사건 당시 수사 지휘 라인 전원을 피의자로 전환하고 전 광산경찰서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했다. 그러면서 윗선의 사건 축소 및 은폐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한편 장윤기에 대한 첫 접견조사도 진행했다.
◆ 전 광산서장 출국금지 및 수사 지휘 라인 전원 입건
앞서 특수단은 사건 발생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장이던 A 경무관과 형사과장 B 경정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주요 수사 자료를 숨기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구속된 수사팀장 C 경감에 이어 사건 처리를 지휘한 상층부 세 사람이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것이다.
특수단은 이날 전 광산서장 A 경무관에 대해서는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신청했으며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는 일선 수사팀장의 독단만으로 중대 살인 사건의 증거와 수사 자료를 은폐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수사팀장 C 경감에게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가 추가로 적용되었다.
◆ 강간살인 혐의 배제와 부당한 수사 지시 여부 집중 추궁
수사의 핵심 초점은 수사 지휘부가 사건 처리 전반의 의사결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특수단은 경찰이 결박 도구로 쓰일 수 있는 케이블타이와 주요 부위가 훼손된 리얼돌의 존재를 알고도 초기 압수수색에서 이를 확보하지 않은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피의자 장윤기에게 강간 등 살인 혐의 대신 형량이 낮은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한 배경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가 중점 규명 대상이다.
이를 위해 특수단은 구치소에 수감 중인 피의자 장윤기를 상대로 첫 접견 조사를 진행했다.
수사관들은 구치소를 직접 방문해 초기 경찰 조사 당시 담당 형사들의 수사 방식과 강간살인 혐의 배제 과정에서 수사팀의 부당한 조력이나 축소 시도가 있었는지 당시 정황을 다각도로 확인했다.
◆ 전 형사과장 영장실질심사 임박…검찰도 병행 수사 속도
사건 당시 수사 지휘 라인이었던 전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박모 경정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7월 21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박 경정의 구속 여부는 향후 수사 지휘부 상층부로 향하는 특별수사단의 수사 동력을 결정지을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경찰과 별도로 검찰 역시 지휘 라인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광산경찰서를 추가로 압수수색하며 A 경무관과 B 경정을 증거인멸 방조 혐의로 입건했고 B 경정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C 경감이 송치되어 수사 자료를 넘겨받는 대로 지휘 라인의 개입 혐의를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다.
◆ 묻지마 범죄로 위장한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의 전말
피의자 장윤기(23)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서 귀가하던 17세 고교생 고 이채원 양을 흉기로 살해했다.
장윤기는 비명을 듣고 도우러 온 남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 체포 직후 그는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다 홧김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찔렀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의 보완 수사 결과 이 사건은 철저히 계획된 범죄였다. 장윤기는 범행 이틀 전인 5월 3일 직장 동료였던 20대 베트남 여성의 집에 침입해 13시간 동안 감금하고 성폭행했다.
이 여성이 탈출해 신고하자 장윤기는 경찰의 경고 문자에도 30시간 동안 이 여성을 스토킹하며 찾아다녔다.
끝내 분노를 참지 못한 장윤기는 범행 대상을 무고한 이 양으로 바꿔 1.2km를 미행했다. 그는 인적이 드문 곳에 차를 세운 뒤 뒷좌석 문을 열어두고 이 양의 목을 졸라 제압해 차 안으로 끌고 들어가려 했으나, 이 양이 거세게 저항하자 흉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는 경찰의 심각한 부실 수사와 유착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국가수사본부는 유구무언이라며 공식 사과하고, 해당 수사팀 전원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