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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세계유산 지킬 새 전략 원칙 ‘협력’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선언’ 채택

기존 5C 전략목표에 이어 제시
“무력분쟁·재난·기후위기 심화
다양한 도전 속 협력 중요해져”

디지털기술 활용 원칙도 밝혀
정확성·맥락에 권리·보안 강조

무력분쟁과 기후변화, 개발 압력 등 복합적인 위협으로부터 세계유산을 지키기 위해 ‘협력’을 세계유산협약 체계의 새로운 전략 원칙으로 삼자는 국제사회의 공동 선언이 부산에서 나왔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세계유산의 기록과 보존에 활용할 때 정확성과 공동체의 권리, 데이터 보안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도 제시됐다.

 

20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20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세계유산에 관한 부산선언’을 공식 채택했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주도로 마련된 선언으로 21개 위원국이 합의로 뜻을 모았다.

부산선언의 핵심은 세계유산협약의 기존 5개 전략목표를 관통하는 원칙으로 ‘협력(Collaboration)’을 제시한 것이다. 세계유산협약은 그동안 신뢰성(Credibility), 보존(Conservation), 역량 강화(Capacity-building), 소통(Communication), 공동체(Communities)를 이른바 ‘5C’ 전략목표로 삼아왔다. 부산선언은 여기에 협력을 여섯 번째 C로 제시하는 동시에, 기존 5개 목표를 서로 연결하고 강화하는 공통 원칙으로 기능하도록 했다.

이병헌 세계유산위원회 의장은 선언문을 본회의에 상정하며 “세계유산은 무력분쟁과 재난,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급속한 기술 변화 등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세계유산협약 체계 안에서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유산이 다양한 세계적 도전 속에서도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언문을 ‘부산선언’으로 명명했다.

부산선언은 디지털 기술의 활용을 확대하되 그 책임도 분명히 했다. 세계유산의 기록과 해석, 보존·전승 과정에서 정확성과 맥락, 포용성을 확보하고 전통지식에 관한 공동체의 권리와 데이터 보안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선언은 지역공동체와 원주민, 전통지식 보유자 등 다양한 주체의 기억과 관점을 반영하는 ‘포용적 해석’도 강조했다. 세계유산 관리에 대한 공동 책임, 각국 현장관리자의 지속적인 역량 강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긴밀한 상호의존성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의 필요성도 담았다.

올해 긴급 등재 절차를 밟는 유산 후보들은 세계유산이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스라엘의 점령과 개발 압력에 노출된 팔레스타인의 ‘세바스티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로 훼손 위험이 커진 레바논의 ‘아멜산성’, 내전과 밀렵 등의 위협을 받는 남수단의 ‘보마-바딩길로 이동경관’이다.


정부는 부산선언의 후속 조치로 국제포럼 정례화와 국경을 넘는 세계유산의 공동 관리, 태평양 도서국의 기후위기 대응, 아프리카·남아시아 지역의 등재·관리 역량 강화 등 12개 사업을 추진한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부산선언은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의 핵심 성과이자 미래를 향한 이정표”라며 “선언의 의제들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당사국과 자문기구, 세계유산센터 등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민국관 개관… ‘왕가의 산책’에 쏠린 눈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2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대한민국관 행사장에서 조선시대 왕과 왕비를 비롯한 왕실 행렬을 재연한 ‘왕가의 산책’이 펼쳐지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대한민국관 개관… ‘왕가의 산책’에 쏠린 눈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20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대한민국관 행사장에서 조선시대 왕과 왕비를 비롯한 왕실 행렬을 재연한 ‘왕가의 산책’이 펼쳐지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날 본회의장 옆에서는 개최국 공식 전시관인 ‘대한민국관’이 문을 열었다. 29일까지 운영되는 대한민국관에는 35개 기관이 참여해 45개의 전시와 공연,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개관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길게 늘어서면서 ‘오픈런’ 행렬이 이어졌고, 취타대 연주와 수문장 개문행사로 공식 운영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