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해구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사흘째 이어지며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물류센터 5층에는 화재에 취약한 리튬배터리 탑재 로봇이 수백대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당국이 확산되지 않도록 대응 중이다.
허석경 인천서부소방서장은 20일 오후 2시 현장 브리핑에서 “5층에는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창고용 로봇이 수백대 위치해 있다”며 “(여기로) 불이 확산하면 건물 전체로 연소가 급격하게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튬배터리의 보유량은 전기차 20대 분량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램프(차량 진출입로) 기준으로 6층 오른쪽(1번 구역)에서 시작돼 7층에 번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지상·공중 입체적 진화 작업을 벌이는 동안 한쪽의 화세가 잠시 줄어든 사이 19일 오후 7시30분쯤 서측, 이날 오전 6시50분 북측의 모든 방면으로 퍼졌다.
인천 물류센터는 쿠팡이 직매입해 배송하는 상품을 보관하는 핵심 물류시설로 분류된다. 지상 8층, 연면적 29만9000㎡로 축구장 42개를 합친 규모다. 최초 발화 장소인 6층에는 층고 10m 높이의 3단 선반에 종이상자와 비닐 포장재를 감은 생활용품 등 각종 상품이 빽빽하게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조와 적재물 특성으로 불이 빠르게 번지고 많은 열과 연기를 발생시켰다. 당국은 물류센터 내부의 농연과 고열로 인해 6∼7층에 직접 들어가지 못한 채 5층에서 연소 확대 저지선을 구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붕괴위험마저 제기되고 있어 화재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화가 지연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근 아파트의 한 주민은 “그을음이 섞인 연기와 그 냄새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면서 “숨 쉬기조차 힘들고 평소에 없던 기침도 심하다”고 토로했다.
서해구는 전날 오후 11시를 기해 물류센터 반경 116m 지역 상가와 사무실에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진화 작업이 길어지면서 건물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멀지 않은 신석초등학교와 석남동 일원 어린이집 12곳이 긴급 휴업·휴원에 들어갔다.
당국은 화재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500m가량 떨어진 SK인천석유화학에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고가·굴절 사다리차를 배치했다. 석유화학 공장은 보안 관리가 엄격한 국가중요시설로 취급된다.
인천경찰청은 광역범죄수사대 소속 광역범죄수사1계와 중대재해수사계 등 경찰관 35명이 포함된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 수사 전담팀’을 구성했다. 경찰은 화재 진화가 완료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