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운행을 시작한 국내 최장 도심형 관광모노레일 인천 월미바다열차는 개통 후 매년 6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다. 첫해 49억1000만원을 시작으로 2020년 60억1000만원, 2021년 65억2000만원, 2022년 58억5000만원, 2023년 59억7000만원, 2024년 54억2000만원, 2025년 47억원 등 그간 누적된 적자만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2024년 인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시 인천교통공사 사장은 “(월미바다열차의 경우) 태생부터 적자를 해결할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연간 운영 수입은 15억원 수준에 그치는 반면 운영 비용은 두 배가량인 30억원 이상이 들어 구조적으로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인천시의원들은 ‘혈세 낭비를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운영 중단을 포함한 특단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올해 6·3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관련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공공시설 운영 중단 결단 부담… 상인 반발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시설 가운데 상당한 적자를 내는 곳이 적지 않지만 운영 중단이나 통폐합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업 실패 책임에 대한 공직자들의 부담감, 막대한 매몰비용, 지역상권 반발, 대체시설 부재 등이 맞물리면서 운영 중단을 포함한 극약처방은 사실상 선택지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9대 인천시의회에서 월미바다열차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유승분 전 의원은 20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대대적인 경영 혁신으로 적자 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운영할 이유가 없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운영 중단을 포함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희 전 인천시의원 역시 “매년 50억원 넘는 혈세를 쏟아부어야 하는 월미바다열차를 계속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연간 운영비가 11억300만원에 이르지만 운영수익은 1억4300만원에 불과한 대구육상진흥센터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설을 유지하는 데만 매년 세금 10억3000만원을 쏟아부어 적자를 메워야 하는 전형적인 세금 먹는 공공시설로 평가된다. 지역 정가에서는 ‘과감한 기능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일균 대구시의원은 “기형적인 구조와 부실 경영 탓에 유령 시설처럼 방치되고 있다”며 “대대적인 개보수를 통해 지역 내 생활체육 복합공간으로 만들거나 복합 문화예술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등 현실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혈세 먹는 공공시설’에 대한 우려 목소리는 높지만 운영 중단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내려지기는 쉽지 않다. 이공주 상지대 법률행정학과 교수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실패로 규정하고 정리하는 결정은 누구에게나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4년 임기 지자체장 등 공직자들에게는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운영 중단의 경우 직원들 고용 문제도 망설이게 하는 지점”이라며 “해당 지역을 활성화할 대안을 제시해야 하지만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점도 운영 중단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공공시설 인근 상인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점도 걸림돌이다. 상인들은 이용객이 적은 공공시설이라도 폐쇄보다는 운영을 이어가는 편이 상권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황재득 강원청년소상공인연합회장은 “상권 입장에서는 이용객이 한 명이라도 더 찾아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공시설이 사라지면 주변 상권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적자를 줄이는 방안은 고민해야겠지만 폐쇄는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재정 열악하면 더 부담…정부차원 관리 필요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는 더 부담이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재정자립도가 8.93%에 불과한 충남 청양군은 1년 예산 6%를 공공시설 유지비로 쓰고 있다. 청양군이 현재 운영 중인 공공시설은 55개다. 매년 인건비 98억6600만원, 관리비 109억3900만원이 들어간다. 완공을 앞둔 34개 시설 인건비(90억8600만원)와 관리비(61억4800만원)를 포함하면 연간 운영비만 36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봉규 청양군의원은 “청양군은 전국에서 재정 여건이 가장 열악한 지자체 중 하나인데도 이용률이 낮은 공공시설에 막대한 예산을 지속해서 투입하고 있다”며 “군민들이 실질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시설에 혈세가 들어가고 유지·관리비까지 더해지면서 재정 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 공모사업은 지역발전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으나 단순히 외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유치하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비를 받아 건립한 시설이라도 운영과 유지관리는 군청 몫이 된다. 계획 없이 추진된 공공시설물은 향후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운영의 효율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 총선과 지선 등 선거 때마다 지자체장 후보들은 주민들 편익 증대와 지역 발전을 이유로 경쟁적으로 공공시설 건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사업비 규모에 따라 생색이 달라지다 보니 대형 공공시설 건립 사업이 주를 이룬다. 결국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시설에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고 매년 유지·관리비를 대야 하는 지자체들의 재정 부담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현행 법률상 정부가 관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대규모 공공시설은 건립 단계에서 중앙투자심사를 통해 무분별한 조성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미 운영 중인 시설의 폐쇄나 통폐합 여부는 지자체장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중앙정부가 관여할 법률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국 단위 대규모 공공시설 운영은 중앙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승각 강원연구원 기조실장은 “정부는 건립 단계에서 국비를 지원하지만 운영은 전적으로 지자체에 맡기고 있다”며 “지역 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은 해당 지자체가 관리하더라도 전국적인 수요를 전제로 조성된 대규모 시설은 정부 차원의 관리·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