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의원 등을 포함한 공직자가 민간기업에 인사·채용·후원 등을 청탁하는 행위까지 금지하도록 청탁금지법 개정을 추진한다. 민간부문에서 부정청탁을 받은 사람만 처벌받고 정작 청탁한 공직자는 제재할 수 없었던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을 개정해 공직자의 ‘민간 청탁 금지’를 명시하고 위반 시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일연(사진) 권익위원장은 지난 1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탁금지법을 손볼 때 권익위가 가진 기준은 사회상규 위반이냐 아니냐가 핵심”이라며 “정치인이나 공공기관 공무원이 자신의 자녀를 민간기업에 취업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등 민간 영역에 청탁할 경우 이 같은 행위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법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시행 10주년을 맞은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9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민간인이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하면 2000만원 이하, 공직자가 다른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하면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공직자가 민간인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다.
대표적으로 2013∼2014년 당시 새누리당 김재경 전 의원과 민주당 김영주 전 의원이 신한은행에 지인 채용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은행 인사담당 임직원은 업무방해죄로 유죄가 확정됐지만, 청탁 의혹을 받은 의원들에게는 공직자의 민간 청탁을 처벌할 근거가 없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 청탁금지법상 부정청탁 자체는 과태료 대상이며, 청탁을 받고 그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 공직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권익위는 공직자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 직접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스승의날 교사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행위까지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지적을 놓고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위원장은 “스승의날에 사제지간에 감사 인사도 제대로 못 하게 된 현 상황이 과도하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하지만, 10년 동안 쌓아온 촌지문화 근절 성과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며 “개정 필요성 여부 검토가 완료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