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쿠팡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큰 불길이 발생 61시간 만에 잡혔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와 국가소방동원령을 유지한 채 건물 내부에 남은 잔불을 정리하고 있으며, 완진 이후에는 합동조사단과 경찰 수사팀을 꾸려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밝힐 방침이다.
21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쯤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 6층에서 시작된 불은 20일 오후 8시쯤 초진됐다. 초진은 불길을 통제할 수 있고 주변으로 더 번질 우려가 없는 상태를 뜻한다.
◆ 61시간 만에 큰불 잡혀
이번 화재로 물류센터 직원 등 121명은 화재 직후 스스로 대피해 민간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진화에 나선 소방대원 2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탈진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초기 진화를 마쳤더라도 건물 곳곳에 잔불이 남아 있는 만큼 대응 2단계와 국가소방동원령을 유지한 채 완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1일까지 진화 작업에는 소방 장비 239대, 인력 845명이 투입됐다.
◆ 3단 랙 구조 6층서 7층까지 확산…진화 난항
불이 난 물류센터는 지상 8층, 연면적 29만9000㎡ 규모다. 축구장 42개가량을 합친 면적으로 내부에는 생활용품과 포장재 등 가연물이 대량으로 적재돼 있었다.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6층은 물품을 높이 쌓는 3단 랙 구조로 돼 있었고, 불은 건물 외벽 등을 타고 7층까지 번졌다.
넓고 복잡한 내부 구조에 고열과 짙은 연기까지 겹치면서 소방대원들의 시야 확보와 내부 진입이 쉽지 않았다. 적재물이 타면서 선반 일부가 무너져 진입로를 막은 점도 진화를 어렵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소방당국은 화재 당일인 18일 오전 9시 15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뒤 낮 12시 25분쯤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이어 오후 3시 15분쯤 인근 시·도의 소방력까지 동원하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그러면서 소방헬기를 이용한 공중 방수와 건물 외벽 일부를 뜯어내 물을 뿌리는 방식도 병행했다.
장시간 화재로 건물 일부가 무너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소방당국은 내부 진입 대원들에게 한때 긴급 철수 명령을 내리고 건물 주요 지점에 붕괴 경보기를 설치했다.
◆ 대피령 116m 반경 해제…붕괴 위험도 낮아져
서해구는 지난 19일 오후 11시 물류센터 화물차 진출입로 주변 반경 116m 이내 상가와 공장 등을 대상으로 대피령을 내렸다. 대피 대상에 주거 지역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연기와 분진 피해를 우려한 주민 202명이 신현초등학교와 신현북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대피소를 이용했다.
구는 큰 불길이 잡히고 건물 붕괴 위험이 낮아진 것으로 판단해 20일 오후 11시를 기해 대피령을 해제했다. 앞서 20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드론을 투입해 건물 내부 구조체 형상을 확인한 결과 더는 붕괴 위험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건물 붕괴 우려도 이로써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게 소방당국의 판단이다.
◆ 잔불 정리 마치는 대로 원인·피해 조사 착수
큰 불길은 잡혔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밝히는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소방당국은 완진 이후 소방청과 국립소방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경찰도 별도로 수사팀을 꾸려 화재 발생 경위와 과실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조사에서는 최초 발화 지점과 불이 빠르게 확산한 경로, 스프링클러와 방화구획 등 소방시설의 작동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장시간 고열에 노출된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도 정밀 점검이 필요하다.
재산 피해 규모 역시 현재로서는 추산하기 어렵다. 불이 직접 번진 6·7층의 재고뿐 아니라 연기와 그을음, 고열, 진화용수에 노출된 상품과 물류설비까지 피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분류 설비와 컨베이어벨트, 전기·통신시설 등이 손상됐을 경우 센터 운영 재개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완진 시점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잔불 정리와 재발화 방지 작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은 화재 발생 이후 인천32센터에서 처리할 예정이던 주문 물량을 경기권 등 수도권 인근 물류센터로 옮겨 분산 처리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배송 지연 규모나 영향을 받은 고객 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화재 발생 뒤 “소방관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장에서 진행되는 소방활동을 지원하고 관계 당국의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며 주민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