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아이슬란드가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협상 재개 여부를 국민에게 직접 묻는다. 아이슬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통해 미국 및 서유럽 주요국들과 동맹을 맺고 있으나, 아직까지 EU 회원국은 아니다.
2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아이슬란드는 2013년 이후 중단된 EU 가입 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방안을 놓고서 오는 8월29일 국민투표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영유권을 미국이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뒤 ‘트럼프가 그린란드와 무척 가까운 아이슬란드 주권도 침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EU 회원국들이 똘똘 뭉쳐 덴마크를 옹호하고 미국에 맞서는 것을 지켜본 아이슬란드 국민이 EU와 같은 우군(友軍)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EU 주요국들도 아이슬란드의 EU 합류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이날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를 방문한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8월29일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어떠한 예단도 갖고 있지 않다”며 “아이슬란드로선 EU와의 협상을 통해 잃을 것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EU 가입 협상 재개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야욕을 보며 커진 공포감 때문이란 점을 숨기지 않았다. 소르게르뒤르 카트린 귄나르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외교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이 노리는) 그린란드에 대한 EU의 지지야말로 아이슬란드가 EU 회원국이 됐을 때의 가치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EU가 그린란드 문제에 얼마나 확고하게 개입하고 또 힘을 쏟았는지 우리에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북극권에 속한 아이슬란드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안보를 지키려면 나토만으로는 부족하고 EU의 지원도 절실하다’라는 점을 새삼 인식한 결과로 풀이하기도 한다.
아이슬란드는 수백년간 덴마크의 지배를 받았다. 1918년 덴마크 군주를 국가원수로 섬기는 조건 아래 독립국과 유사한 지위를 보장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연합국인 미국과 영국 군대가 아이슬란드 섬을 점령하고 나치 독일 해군의 ‘유(U)보트’ 잠수함을 감시·탐지하는 전초 기지로 활용했다. 2차대전이 종반으로 치닫던 1944년 6월 덴마크 국왕의 지배 종식을 선언하고 공화국 수립을 선포함으로써 완전한 독립국이 되었다.
2차대전 당시의 경험으로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한 아이슬란드는 1949년 나토 출범 당시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다만 노르웨이와 마찬가지로 EU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경제가 붕괴 직전까지 갔던 2009년 아이슬란드는 처음으로 EU 회원국 지위를 신청하고 이듬해인 2010년부터 협상을 개시했다. 하지만 국민적 지지와 공감이 부족한 상태에서 EU 가입 협상은 2013년 중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