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인텔릭스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손잡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신건강·웰니스 로봇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인텔릭스는 지난 20일 대전 KAIST 본원에서 웰니스 로보틱스 기반 AI 정신건강·웰니스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김형진 SK인텔릭스 나무엑스사업본부장과 류기철 AX Tech실장, 이의진 KAIST AI컴퓨팅학과장 등이 참석했다.
양측은 로봇과 AI 기술을 결합해 이용자의 정서 상태와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개발한 기술을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하는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공동 연구 분야는 △AI 정신건강·웰니스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제품과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한 실증 환경 구축 △AI 알고리즘 연구용 데이터셋 수집 △개인 맞춤형 정신건강 관리 솔루션 실증 △정부 실증사업과 국가 연구개발 과제 공동 수행 △초청 강연·해커톤·인턴십 운영 등이다.
SK인텔릭스는 웰니스 로봇 ‘나무엑스’의 개발자용 API를 KAIST 연구진에 제공한다.
API는 외부 개발자가 로봇의 센서와 음성 대화, 건강관리 기능 등을 다른 소프트웨어와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규격이다. KAIST 연구진은 이를 활용해 연구실에서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실제 로봇과 서비스 환경에서 시험하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SK인텔릭스는 나무엑스를 자율주행과 음성 제어 기반 공기질 관리, 비접촉 건강지표 측정, AI 건강상담 등의 기능을 갖춘 웰니스 로봇으로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나무엑스를 ‘세계 최초 웰니스 로보틱스 브랜드’로 소개하고 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로봇을 단순히 대화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에 그치지 않고, 이용자의 상태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구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
업무협약은 기술 개발과 실증을 위한 협력 단계다. 나무엑스의 정신건강 개선 효과가 의료적으로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으로 이용자 데이터의 수집 방식과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의 정확성 등을 실증 과정에서 검증해야 한다.
SK인텔릭스와 KAIST의 공동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K인텔릭스는 지난해 12월 MIT 미디어랩과 KAIST, 연세대 연구팀과 차세대 웰니스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당시 KAIST 박인규 교수 연구팀과 딥러닝을 활용해 포름알데히드와 황화수소, 암모니아, 이산화질소, 일산화탄소 등 실내 유해가스 5종을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방향제와 같은 비유해성 가스도 별도로 판별하는 연구 결과를 확보했다.
기존 협력이 공기질과 건강정보 측정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협약은 정서 관리와 정신건강 서비스로 연구 범위를 넓힌 것이다.
SK인텔릭스는 KAIST와 축적한 연구 결과를 정부 실증사업과 국가 연구개발 과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AI 로봇을 정서 관리와 돌봄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AI 반려로봇 ‘효돌’을 활용한 고령자 대상 실증에서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감 관련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효돌과 용인세브란스병원, 디지털메딕 등이 참여한 사업에서는 로봇을 보급받은 고령자 가운데 데이터 활용에 동의한 430명을 대상으로 이용 전후를 비교했다.
노인우울척도와 환자건강질문지, UCLA 고독감 척도 등을 활용한 평가에서 우울증 고위험군 비율은 35.7%, 사회적 고립감 고위험군 비율은 24.7% 감소했다. 복약 순응도가 양호한 대상자 비율은 27% 증가했다.
해외에서는 이스라엘 인튜이션 로보틱스가 개발한 고령자용 AI 동반 로봇 ‘엘리큐’가 대표적이다.
엘리큐는 이용자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운동과 건강 목표를 제안하고, 복약 알림과 가족 연락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뉴욕주 노인사무국은 사회적 고립 완화 사업을 통해 지역 고령자에게 약 900대의 엘리큐를 제공하고 있다.
SK인텔릭스도 최근 강남구의 로봇 테스트베드 사업에 선정돼 못골도서관과 강남구보건소 로비, 강남구 기록실에서 나무엑스를 실증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공기청정과 비접촉 건강 체크, 지능형 정서 케어 서비스를 시험한다. 청주시 미원별빛자연휴양림에서는 다른 순찰·배송·안내 로봇과 연계한 공기청정 로봇 실증도 추진한다.
이번 KAIST 협약으로 SK인텔릭스는 공공시설에서 쌓는 현장 데이터와 대학의 AI 연구 역량을 연계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사업화의 관건은 로봇과의 상호작용이 이용자의 정서와 생활 습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하는 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신건강 분야의 AI 로봇은 기술 자체보다 실제 이용 환경에서 얼마나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쌓고 효과를 검증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대학·의료기관·공공기관과의 협력이 사업화 속도와 시장 신뢰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