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에 별점 4점을 준 뒤 이어진 논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감독과의 친분설부터 한국 영화를 의식한 ‘후한 평가’ 의혹까지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동진은 지난 20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장문의 글을 공개했다. 그는 “애써 외면하고 싶어도 이게 내가 사는 세상이고, 앞만 바라보려고 해도 이게 내가 선택한 직업”이라며 “피곤하고 지겨워도 직접 설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먼저 나홍진 감독과의 친분설을 부인했다. 이동진은 “‘곡성’과 ‘호프’ 관련 공식 일정에서 만난 것이 전부”라며 “커피 한잔 마신 적도 없고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감독의 명성 때문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동진은 “‘호프’를 좋게 평가한 것은 감독이 누구인지와 무관하다”며 “감독을 좋아해서 영화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영화를 꾸준히 만들었기 때문에 창작자로 높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동진은 나홍진 감독이 무명에 가까웠던 시절의 ‘추격자’와 ‘황해’에도 높은 평가를 내린 반면, 이름난 감독들의 작품이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낮은 점수를 준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악마를 보았다’, ‘원더랜드’, ‘베테랑2’, ‘외계+인’ 등 유명 감독의 작품을 예로 들며 감독의 이름값이나 인간관계가 평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 영화계를 돕기 위해 의도적으로 호평했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한국 영화계가 다시 활력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영화 한 편에 대한 평가는 그와 별개의 문제”라며 “내 앞에 놓인 영화 한 편의 평가는 언제나 한국 영화계 전체의 사정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영화라서 점수를 더 주는 것도 아니다. 올해 내가 한국영화와 외국영화에 매긴 별점들을 산술평균으로 나눠보기만 해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인 이유로도, 이른바 ‘사회생활’ 때문에도 어떤 영화에 대해 호평하거나 혹평할 이유가 없다. 눈치를 봐야 할 무슨 이유가 내게 있겠냐”는 입장을 밝혔다.
이동진은 영화 평가의 본질이 주관적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호프’가 훌륭하다는 것은 내 의견이고, 형편없는 영화라는 것은 당신의 의견”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특정 의견에 동의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의견이 항상 더 나은 의견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견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으며 서로 다른 평가가 공존할 수 있다”며 “그 과정에서 경험은 확장되고 예술도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영화는 누군가에게 삶이자 운명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결국 영화일 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호프’는 관객 반응과 평론가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는 가운데서도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며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