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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돈 잃은 그날 떠올라”… 택시기사 직감에 보이스피싱 수거책 덜미

3년 전 1억3000만원 사기 피해 아픔
수상한 승객 알아보고 즉각 112 신고
수거책 검거·7억7500만원 추가 범행도
“그 사람을 보는 순간 3년 전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평범한 한 택시 운전사의 직감이 거액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고 상습 수거책 검거로 이어졌다. 과거 전화금융사기로 1억3000만원을 잃었던 경험이 또 다른 피해자를 구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 것이다.

 

21일 전북 김제경찰서에 따르면 김제에서 개인택시를 운행하는 박모(70대)씨는 지난 10일 오후 7시쯤 평소와 다름없이 한 손님을 태웠다. 60대로 보이는 남성 승객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었고, 어딘가 초조한 모습으로 “부안 신협으로 가 달라”고 재촉했다. 순간 박씨의 머릿속에는 3년 전 악몽 같은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당시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평생 모은 돈 1억3000만원을 잃었다. 돈을 전달하던 수거책의 행동과 이날 승객의 모습이 너무도 닮아 있었다.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박씨는 승객에게 “김제에도 신협이 있다”며 김제신협 앞에 내려줬다. 그리고 차를 떠나지 않은 채 승객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봤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승객은 가방에서 현금을 꺼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입금하려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박씨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112에 전화를 걸었다.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신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신고를 마친 뒤에도 그는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용의자의 인상착의와 이동 동선, 행동을 계속 관찰하며 112상황실에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박씨의 침착한 신고는 신속한 검거로 이어졌다. 김제경찰서는 수사팀과 형사팀, 지역 경찰 등 8명을 현장에 긴급 투입해 수거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현장에서 피해금 2000만원을 회수해 투자 리딩방 사기에 연루된 40대 직장인 여성 피해자에게 돌려줬고, 이후 수사를 통해 같은 피의자가 모두 7차례에 걸쳐 7억7500만원 상당의 추가 범행을 저지른 사실도 밝혀냈다.

 

경찰은 이 택시 기사의 기지가 없었다면 피해금 회수는 물론 추가 범행 규명이나 또 다른 범행 예방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제경찰서는 전날 박씨에게 감사장과 신고 포상금을 전달하며 용기 있는 시민의식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박씨는 신원 노출을 원치 않았지만, 자신의 경험이 또 다른 피해를 막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허성수 김제경찰서장은 “신고자의 침착한 판단과 시민의식이 보이스피싱 범인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전화금융사기는 국민의 재산을 노리는 대표적인 민생 침해 범죄인 만큼 조금이라도 수상한 상황이나 행동을 목격하면 즉시 112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