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기간 시·도축구협회장과 협회 임직원 등으로 구성된 16명의 참관단을 운영하며 약 4억5000만원의 자체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일정의 절반가량은 문화탐방으로 채워졌고, 정작 한국 대표팀의 이번 대회 유일한 승리였던 체코전은 참관 일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이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참관단 일정표’에 따르면 참관단은 지난 6월 17일부터 27일까지 9박11일 일정으로 멕시코 과달라하라와 몬테레이를 방문했다.
참관단은 시·도축구협회 및 연맹단체 대표자 12명과 대한축구협회 임직원 4명 등 총 16명으로 꾸려졌다. 협회 측에서는 부회장 2명과 차장, 대리 각 1명이 포함됐다.
전체 구성도 대의원 중심이었다. 16명 가운데 11명이 시·도축구협회장이었고,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2명과 대학축구연맹 회장 1명이 포함된 반면 협회 실무자는 2명뿐이었다. 이번 참관단 운영에는 협회 자체 예산 4억5000만원이 투입돼 1인당 약 2812만원이 사용된 셈이다.
참관단 일정을 보면 현지 체류 기간 8일 가운데 절반인 4일이 ‘월드컵 시설 및 문화 탐방’으로 편성됐다. 공식 경기 관람은 한국-멕시코전, 튀니지-일본전, 한국-남아프리카공화국전, 미국-튀르키예전 등 모두 4경기였다. 이 밖에 FIFA 팬존과 공식 상품 판매점(MD숍) 등 대회 운영 시설도 둘러봤다.
반면 한국 대표팀이 1-0으로 승리한 조별리그 첫 경기 체코전은 참관 대상에서 빠졌다. 결과적으로 참관단은 대표팀의 이번 대회 유일한 승리를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국회에 ‘첫 경기부터 참관할 경우 현지 체류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져 일정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이번 대회는 참가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조별리그 일정이 길어져 두 번째 경기인 멕시코전에 맞춰 출국 일정을 잡았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대한축구협회는 참관단 운영 목적에 대해 ‘대의원들이 월드컵 현장을 직접 참관해 국제축구 운영 동향과 대회 운영 사례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협회의 주요 정책과 사업 추진에 필요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참관단 운영은 정몽준 전 회장 시절부터 이어져 왔으며 FIFA와 한국프로축구연맹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참관단 명단에는 최근 KBS 인터뷰에서 “박지성·이영표가 뭘 안다고 말을 함부로 하느냐”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서강일 전북특별자치도축구협회장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 서강일 회장은 당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해서도 “13년 천하가 아니라 13년 희생”이라고 옹호한 바 있다.
축구계에서는 참관단에 포함된 시·도축구협회장 등 대의원들이 협회장 선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들은 지난해 2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당시 정몽규 전 회장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월드컵 참관단은 정 전 회장의 연임을 지원한 공신들을 위한 외유성 출장단이나 다름없었다”면서 “멕시코 문화탐방에 협회 공금 4억5000만원을 투입한 것이 과연 정상적인 운영인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은 물론 축구협회의 밀실 운영 전반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문체위는 여야 협의를 위해 당초 22일로 예정됐던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를 30일로 연기했다. 앞서 문체위는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 등 13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