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계절 바뀔 때 한 벌씩 사줬던 옷을 두 벌은 사줄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한 일이지만 공부 잘하는 큰아이를 학원에 보내기엔 부족한 액수입니다. 하고 싶다는 공부도 맘껏 시키고 복잡한 절차에 신청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없도록 바뀌었으면 합니다.”
21일 서울 중구에 있는 양육비이행관리원에서 만난 한부모 양육자들은 양육비 선지급제로 여유가 조금 생겼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게 지원 액수를 늘리고 절차를 간편하게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에게 정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채무 불이행자 명부 등재·세금 환급금 압류 및 추심명령·운전면허정지·출국금지 등으로 사후에 받아내는 제도다. 지난해 7월 시작해 이달로 시행 1년을 맞았다.
◆양육비 선지급 받으려면 소송해야…절차 간소화 희망
40대 여성 A씨는 2019년 4월 이혼 후 11·15세 자녀 두 명을 혼자 키우고 있다. 총 50만원의 양육비를 받기로 했지만 이행되지 않았고 관리원의 도움을 받았다. A씨는 “왜 양육비를 안 주는지 모르겠지만 받지 못하니 소송을 했는데 보복식으로 2만원, 3만원 이런 식으로 양육비가 들어왔었다”며 “지금은 제도가 바뀌었지만 초기에는 저런 액수의 양육비도 일단 들어오면 지원이 끊겼었다. 앞으로는 비슷한 일이 없게 제도가 촘촘히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2013년 이혼 후 16세 자녀 한명을 키우고 있는 여성 B씨는 소송 절차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양육비 선지급을 받으려면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통해 법률지원·채권추심지원을 신청하거나 이행명령·강제추심 등 양육비 이행확보 소송을 진행·종료하는 등 양육비 이행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B씨는 “관리원의 도움을 받으면 법적인 절차가 무료기는 하지만 할 게 너무 많다. 다른 지역에 있는 법원으로 직접 가야 하고 미비 서류도 한 번에 확인되는 게 아니더라”라며 “법적 절차나 자문이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혼한 딸이 사망해 혼자 남은 손주를 키우고 있다는 70대 여성 C씨 역시 절차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C씨는 “낼 서류도 받을 자료도 많고 순서가 너무 복잡하다. 줄였으면 좋겠다”며 “나는 일자리가 없었고 작은딸이 도와줘서 가능했지만 일하느라 바빠서 신경 쓸 여력 없는 젊은이나 노인들은 신청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액수도 현실화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B씨는 “금액이 솔직히 많지는 않다, 우리 아이는 수학여행 때 쓸 돈을 번다고 주말에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말했다. A씨 역시 “아이가 일본어를 정말 잘하는데 회화를 하고 싶다고 해도 학원에 보낼 수 없다. 하겠다는 공부를 못 시킬 때 정말 마음이 찢어졌다”며 액수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다만 “그래도 받은 양육비를 조금씩 모아서 아이가 원하는 일본 여행을 시켜줄 수 있게 됐다. 기쁘고 감사한 부분”이라며 웃었다.
◆9.4% 낮은 회수율…“강제징수절차 들어가면 달라질 수 있어”
제도를 통해 선지급되는 양육비는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이고 18세까지 지원된다. 신청한 날 직전 3개월 또는 연속 3회로 받은 평균 양육비 금액이 선지급 금액 미만인 경우 양육비 선지급을 받을 수 있다. 올해 6월 기준 7372가구 1만1631명의 미성년 자녀에게 누적 188억원의 양육비가 선지급됐다. 올해 10월부터는 중위소득 150% 이하에게만 지급됐던 기준이 사라져 대상이 더 넓어진다.
낮은 회수율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7월~12월 지급분 77억3000만원에 대해 7억3000만원이 회수돼 회수율은 9.4%에 그친다. 남상희 성평등부 가족지원과 과장은 “양육비 선지급제가 잘 정착된 독일의 경우에도 2023년도 기준 회수율이 19% 정도”라며 “회수율이 높지 않지만 한부모 가족 자녀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취지 덕에 계속 제도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지현 양육비이행관리원 원장은 “양육비 채무자가 송달을 받을 때까지 통지하고 이후 계속 독촉해야 해서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많은 건수가 송달이 안 이뤄졌거나 변제기한이 남아있어 회수율이 낮다. 본격적으로 강제징수절차에 들어가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달에 선지급되는 양육비 액수가 적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 남 과장은 “양육비 선지급이 월 20만원인 것이고 한부모 양육수당이 월 23만원 별도로 있다. 소득 기준에 따라서도 다르다”며 “아동 수당 등 다양한 지원책이 있는 것을 함께 봐달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