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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3군 사관학교 통합안의 현실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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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무시한 통합은 장교 양성 부실화 우려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 거쳐서 추진하길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이하 약칭)를 하나의 ‘국군사관학교’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군 안팎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합동성 강화’와 ‘미래전 대비’를 내세우지만, 장교 양성체계를 바꾸는 국가 정책일수록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3군 사관학교 통폐합은 단순한 학교 이전 사업이 아니라 국가 안보의 미래를 좌우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육사와 해사, 공사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건국과 6·25전쟁, 월남전, 그리고 수많은 안보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지켜온 호국의 산실이다. 6·25전쟁 당시 육사 출신 장교들은 전쟁 발발과 동시에 최일선에서 나라를 지켰다. 임관을 2주 앞둔 생도와 입교 25일 된 생도들까지 전투에 투입돼 조국을 수호했다. 해군 장교들은 해상교통로를 확보하며 국가의 생명선을 지켰고, 공군 장교들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영공을 방어하며 오늘날 선진 공군의 기반을 마련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

월남전에서도 사관학교 출신 지휘관들은 한국군의 용맹성과 책임감을 세계에 알렸으며, 그 경험은 군 현대화와 국가 발전의 중요한 자산으로 이어졌다.

사관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대학이 아니다. 국가관과 군인정신, 명예와 책임, 전우애와 희생정신을 세대를 넘어 계승하는 공간이다. 태릉의 육사와 진해의 해사, 청주의 공사는 수많은 선배 장교의 헌신과 희생이 축적된 상징적 공간이다. 이러한 역사와 전통은 건물을 옮기거나 현판을 이전한다고 그대로 계승된다 보기 어렵고, 장교 양성체계에 미칠 영향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합동성이 강화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합동성은 교육기관을 하나로 합친다고 자동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각 군이 고유한 전문성과 문화를 충분히 갖춘 뒤 작전과 지휘 단계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할 때 발휘되는 능력이다.

육군은 지상전의 특성을, 해군은 해양작전을, 공군은 항공작전을 체득해야 한다. 이러한 전문성은 교실 수업 외 생활과 훈련, 조직문화 속에서 형성된다. 바다가 없는 자운대에서 해군 장교를 양성하고, 항공작전 환경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 공군 장교를 교육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결국 실습과 훈련은 다시 진해와 청주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해야 하며, 이 경우 학교를 통합해도 교육은 분산 운영되는 구조가 된다.

또한 통합 캠퍼스를 새로 건설하면서 기존 해군과 공군 교육시설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면 상당한 중복 투자가 발생한다. 생도관과 강의동, 체육 및 행정, 종교시설 등을 새롭게 건설하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사업 규모는 수조 원에 이른다.

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으며, 드론과 인공지능, 사이버전과 우주전 대비, 장병 복지와 노후 전력 개선 등 시급한 국방 과제도 적지 않다. 한정된 국방예산을 어디에 우선 배분할 것인지는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더 큰 문제는 추진 절차다. 장교 양성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책이라면 공청회와 비용·편익 분석, 군사적 효과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육 전문가와 재정 전문가, 그리고 국민이 함께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것은 민주적 정책 결정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통합 이후 교육 효과가 얼마나 향상되는지, 기존 시설 활용 방안은 무엇인지, 유지비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우수 인재 확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증 결과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안과 예산을 서둘러 추진할 경우 정책의 정당성과 수용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진다.

군사교육의 혁신은 필요하다. 그러나 혁신은 역사를 훼손하지 않고 역사 위에 미래를 세워야 한다. 각 군 사관학교를 현 위치에 두고 합동교육과 첨단기술 교육을 확대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국방개혁은 정치적 성과보다 국가안보의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장교 양성체계의 개편 역시 교리와 군 구조, 부대 구조의 변화와 연계되어야 한다. 충분한 검증과 국민적 공감대 없이 추진되는 개혁은 미래 세대에 더 큰 부담을 남길 수 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