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불법 증·개축이 대형 참사를 부른 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29명이 목숨을 잃고 40명이 다친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7층짜리 건물을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아 9층으로 증축하면서 8·9층에 불법으로 테라스를 설치한 게 인명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테라스를 덮은 아크릴과 천막 탓에 연기와 유독가스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다. 이듬해 경남 밀양 세종병원 참사에선 이 병원과 세종요양병원을 잇는 연결통로에 설치한 불법 비 가림막이 화근이었다. 연기를 배출하기는커녕 오히려 건물 안쪽으로 들이는 통로 역할을 했다. 환자와 의료진 등 46명이 숨졌고, 부상은 109명에 달했다.
사상자 31명이 발생한 2024년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 때는 더욱 심각한 ‘안전불감증’이 드러났다. 아리셀 측이 생산 편의를 위해 건물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하는 등 불법적으로 구조를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대전 안전공업 화재에선 숨진 14명 중 9명이 2층 휴게실 복층 공간에서 발견됐다. 회사가 임의로 설치했으니 건물 도면에도 없고 화재 대피시설이 갖춰졌을 리 만무했다. 심지어 불법 복층 공사는 건설업 면허가 없던 인테리어 업체가 시행했다고 한다.
복층(메자닌) 구조는 대형 물류창고 화재 때마다 진화를 어렵게 하는 주범으로 끊임없이 지적돼왔다. 적재공간을 늘리기 위해 건물 내부에 중간층을 둔 결과 동선이 복잡해져 소방대원의 접근을 제약하는가 하면 스프링클러 등의 물줄기가 적재물 깊숙이 닿을 수 없도록 방해한다.
지난 18일 일어난 인천 쿠팡물류센터 화재는 사흘 만에 큰불은 잡혔으나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화재가 일어난 건물 6층은 3단 선반식 적재 구조물(랙·RACK)로 인허가 대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쿠팡 노조 측은 사실상 3개 층으로 나눠놓은 불법 복층이라고 주장한다. 불법 여부는 조사를 통해 가려지겠지만, 이번처럼 스프링클러나 외부에서 분사한 소화액이 건물 바닥의 불길까지 도달하기 어려워 불길 잡기에 방해가 된다면 복층과 동일한 규제를 받는 게 마땅해 보인다. 물류창고 화재 대책을 다시 설계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