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충남도는 천안시에 5만석 규모의 돔구장 건립을 구상하고 있다. 명칭은 돔구장이지만 K팝 공연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기능의 종합 경기장이다. 2031년 준공을 목표로 지난 4월 돔구장 건립을 위한 기본구상 및 타당성조사 용역에 들어갔다. 경기 화성시는 민선 9기 핵심 공약이자 정책 과제로 돔구장 건립과 프로야구단 유치를 내걸었다. 전담팀(TF)을 구성해 임기 내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돔구장과 같은 대규모 공공시설 건립은 선거철마다 쏟아지는 단골 공약이다. 올해 6·3 지방선거에서 돔구장을 짓겠다는 공약은 충남·세종·부산·전북 광역단체 4곳에다 화성·파주·광명·구리 등 기초단체 5곳을 합쳐 9곳에 달한다. 현재 국내 돔구장은 서울 고척스카이돔 1곳뿐이다. 2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건립비가 100억원 이상 들어간 전국 공공시설물은 532개. 이 중 흑자로 운영되는 곳은 63개(11.8%)뿐이다.
중복 투자 논란이나 과잉 수요 예측과 같은 부정적 요인에도 △지역경제 활성화 △외부 관광객 유치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 등의 명분으로 수천억원대 규모 토건사업이 되풀이되고 있다. 많게는 1조원에 이르는 건립비용과 연간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르는 운영비에도 단체장들이 공공시설 건립 등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은 이 같은 지역개발 사업이 손쉽게 표를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이기 때문이다.
◆생색은 내고 책임은 다음 정부로
지자체장들이 운영비 적자가 불 보듯 뻔한 대형 공공시설 건립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정치적인 득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복지정책이나 행정서비스 개선 등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은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래 걸리는 데다 중앙정부·지자체 기여분이 불명확하다.
반면 돔구장이나 예술의전당, 전망타워 등 지역 랜드마크 시설은 명확한 ‘시각적 증거’로 남기 때문에 단체장 치적 홍보에 효과적이다. 아울러 ‘대형 문화·스포츠시설이 들어선다’는 소식은 공약만으로도 부동산 가격 상승과 주민들 자부심 고양에 긍정적이다. 대형 토건사업에 관한 가성비나 효용성, 합리성은 차치하고 공약만 내걸더라도 후보 지명도와 득표 전략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건립비와 운영비의 재정적 간극도 지자체장 선거 후보들이 앞다퉈 공공시설 건립 공약을 내거는 요인이다. 단체장들 입장에선 선거 공약이나 시정 임기 중 공공시설 건립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비 지원을 받거나 민간자본 유치 등으로 ‘예산 확보를 했다’거나 ‘임기 중 첫 삽을 뜬다’는 점에서 충분히 생색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완공 후에 매년 발생하는 수십억, 수백억원의 운영비는 다음 임기의 단체장이나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재주는 곰(시민)이 부리는데 돈은 주인(현 단체장)이 챙기는 셈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 때문에 수요 예측과 같은 중앙투자심사 등이 왜곡될 가능성도 크다. 대표적인 게 경기 용인경전철이다. 2004년 설계 당시 하루 이용객이 16만1000명으로 추산됐던 용인경전철의 현재 이용객은 30%가량에 그쳐 만성적인 적자 운영에 시달리고 있다.
충남 서산 대산항터미널도 국비 344억원을 투입해 지었으나 과도한 수요 예측으로 완공 후 9년째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수요 예측 실패로 파산 위기에 몰린 경남 창원 팔룡터널은 결국 수백억원의 시민 혈세로 적자를 메우는 구조로 전락했다. 전북 남원시는 민자 유치에 성공해 모노레일을 완공했으나 남원시장이 바뀐 뒤 제동을 걸어 지난 4년간 운영을 못 했다. 사업 파행으로 남원시는 금융 대주단에 500억원을 혈세로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보여주기와 치적 홍보용으로 추진되는 공공시설 건립은 지자체장 후보들이 득표하는 데 매우 유용한 카드인 까닭에 해당 사업의 적절성이나 규모의 적정성 등에 대한 판단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광역·기초단체 공동 운영도 고려해야”
민선 9기 대전시는 전임 이장우 시정이 추진하던 5000억원 규모의 제2문화예술복합단지 조성을 전면 재검토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9월 착공해 내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건축설계용역이 한창이었으나 사실상 백지화됐다. 대전 서구 관저동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제3시립도서관(총사업비 276억원)도 설계 단계를 앞두고 보류됐다. 대전시는 민선 8기에 수립된 사업들을 원안대로 강행할 경우 올해에만 5482억원의 혈세가 들어가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면밀한 사업 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 없이 조성하는 공공시설은 지자체의 재정 여건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대전시의 지방채 누적액은 1조6096억원. 그럼에도 공공시설 건립 구상이 이어지는 것은 공공재에 가까워 이익보다는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시설 역시 주민 문화향유권을 제공하는 주민시설로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주민 편익과 복지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십년간의 운영비를 고려한 공공시설 건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속가능한 공공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해당 시설물의 필요성과 적절성, 규모의 적정성, 재원 마련의 타당성이 공정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소장은 “수입과 유지·관리를 위한 재원은 어떻게 수지를 맞출 것인지 등도 초기부터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모 건국대 교수(행정학)는 “행정안전부나 공기업평가원 등의 기능을 강화해 광역단체의 경우 인접한 시·군·구가 같이 사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을 공동투자하고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영장, 문화회관 등을 따로 짓되 공동으로 쓰도록 한다면 현재보다 건설 수요는 물론 유지보수비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급격한 인구감소 등을 감안해 향후 20~30년간의 유지·관리 비용을 산출하는 ‘생애주기비용(LCC)’ 관점의 시뮬레이션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